신부님 말씀

주님 만찬 성목요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손씻기가 유행입니다.

무조건 외출하고 갔다 오면 손을 씻어야 합니다.

손을 닦기 위해서 욕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손을 씻기 위해 비누를 드는 순간 새 비누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비누가 많이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참 이상한 것이 좋은 비누라고 하는 것은 금방 닳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긴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비누는 더욱 더 깨끗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 몸에 좋은 성분까지도 제공을 해준다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녹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을 해봅니다.

비누는 사용할 때마다 자기의 몸을 녹여서 작아지지요.

그리고 쓰면 쓸수록 점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더러움을 없애주며, 동시에 좋은 향기를 건네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스스로를 녹지 않는 비누가 있다면 어떨까요?

스스로 녹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다고 좋아할까요?

그것은 비누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 이 비누의 모범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십니다.

2천년 전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강생하셔서 보여주신 그 모습은 바로 비누처럼 당신의 몸을 녹이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바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성삼일을 통해서 완전히 자신을 녹이는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시지요.

최후의 만찬을 하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는 모습, 그리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하시는 모습…….

오늘 주님 만찬 성목요일 예식을 하면서 아마 많은 본당에서 발 씻김 예식을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 씻기는 모습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그렇다면 발만 열심히 닦아 주면 될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발 이리 내놔. 예수님께서 발을 씻어 주라고 했어.”하면서 발 닦는 사람이 되면 될까요?

아니지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낮은 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사랑을 실천하는 그래서 자신을 완전히 녹일 수 있는 비누와 같은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만약 비누가 자기를 녹이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아낀다면 어떨까요?

물에 녹지 않는 나쁜 비누로 결국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주님께서는 우리들이 모든 이에게 선택받는 좋은 비누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유는 비누처럼 자기를 녹이면서 상대의 옷에 묻은 때를 깨끗이 없애주고, 상대의 몸에 찌든 때를 씻기고 향기를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를 녹이지 않는 사랑을 하겠다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지금 사랑하십니까?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녹아서 작아지는 비누가 되셨으면 합니다.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이의 발을 닦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