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2019-05-04 성모의 날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우리는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성모님을 기억하며, 성모님께 사랑과 존경을 드리고 그분의 높은 덕을 본받고자 성모님의 행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5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며 대자연이 활기있게 살아나는 생명의 계절입니다.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만물이 활기에 차 제 모습을 드러내는 5월을 성모성월로 정하고 성모님께 특별한 공경을 드렸습니다.

 

성서의 말씀처럼 ‘하와를 통하여 이 세상에 죽음이 왔지만, 마리아를 통하여 생명’이 왔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초대교회 때부터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신 자상한 어머니이셨습니다.

예수님 살아생전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죽으시고 무덤에 묻히실 때도 성모님은 당신 아드님의 곁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방황하고 허탈해 하는 제자들 곁에는 늘 성모님께서 함께 계셨습니다.

예전부터 예수님을 따르던 몇몇 여인들과 함께 제자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에 힘썼다고 사도행전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성모님을 생각하면 저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제가 사제의 길을 간다고 하니 기뻐하시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신학교에 들어가서 살아야 할 이불을 손수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손수 만드신 그 이불을 신학교 들어가던 첫날, 저의 침대에 깔아 놓고 나오실 때는 아무도 모르게 그윽히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모습은 저에게 지금까지 늘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어머니가 만드신 그 이불의 포근함과 눈물을 흘리신 그 아픔은 제가 사제 생활을 하는 삶에 있어 사랑으로 남겨집니다.

어머니는 늘 노심초사하시면서 제가 올바로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집안에 있는 십자가와 성모상 앞에서 매일 기도를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늘 간직하며 살으셨던 성모님도 이런 어머니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이제 그 어머니는 아들의 삶을 지켜보시다가 세상을 마치셨습니다.

지금은 하늘에서도 아들을 위해 기도하실 것입니다.

마치 성모님께서 조바심과 애타는 마음으로 3년간의 예수님의 공생활을 지켜보셨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그 어머니를 생각하며 오늘도 아들은 성모님의 삶을 기억합니다.

 

성모님의 생애는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향해 있었습니다.

온전히 그 분의 삶을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풍문으로 들리는 아들의 소식을 접하며 홀로 괴로워 하셨지만 그 분을 결코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접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향함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성모님의 ‘예’라는 응답이었습니다.

바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이 성모님의 응답이 하느님의 구원이 우리에게 이루어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하실 때 결코 인간의 처지를 모른 체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조건을 존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러기에 마리아의 답은 자유로운 결단으로 하느님께 순종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응답으로 인하여 마리아는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겪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께서는 일생동안 갖가지 시련과 어둠 속에서도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에 ‘예’라고 응답한 신앙적 순종을 초지일관(初志一貫)으로 충실하게 간직하셨습니다.

이런 신앙적 태도로 말미암아 성모님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전형이 되십니다.

성모님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순명으로 성부의 아들을 세상에 낳아드렸듯이 우리도 신앙과 순종 안에서 하느님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성모님의 위치, 교회의 어머니로서의 고유한 자리, 힘들고 지친 자녀들이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어머니의 아늑한 자리는 어찌 보면 인간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하시는 예수님이시기에 주실 수 있었던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절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도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드님을 키우시며 온갖 고통을 감수하셨던 분입니다.

그러기에 생활고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깊이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흔들리는 가정을 생각하며 오늘 우리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위로해 주시는 예수님과 성모님께 우리 또한 가정의 소중함을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꼭 지켜갈 것을 다짐하며 이 아름다운 계절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