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강론 열심히 준비하세요.”

수고했소, 이젠 돌아가도 좋소 (최인호, ‘꽃밭’ 중에서)

 

하루 종일 집안 청소를 끝내고 나더니 파김치가 된 아내는 손을 씻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강운구, 수고했소. 이젠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참 뜻밖의 소리였다. 그러나 낯익은 말이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아내가 껄껄거리며 웃었다.

“초등학교 때 국어교과서에 나온 문장이에요.”

순간 나는 국어교과서의 문장이 떠올랐다.

아마도 5,6학년 때 교과서 같은데, 학교 청소를 다 끝낸 후 선생님이 강운구란 학생에게 했던 말이었던 것이다.

누구든 초등학교 때 힘들게 학교 청소를 끝낸 후 선생님의 검열을 받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엔 갑자기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내는 왠지 힘든 일이 끝내고 나면 그 문장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모든 일을 학교 숙제하듯 한다. 마치 선생님으로부터 변소나 교실 청소를 명령 받고 이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처럼 매사를 숙제하듯이 꼼꼼히 해치운다.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나는 아내가 힘든 일을 끝내면 국어책 읽듯이 이렇게 낭독하곤 한다.

“황정숙, 수고했소.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따지고 보면 우리 나날의 삶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인 것 같다.

매순간 그 숙제에 충실하게 살면서 언젠가는 선생님 앞에서 검열을 받듯이 우리들이 살아온 인생의 숙제를 검열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최인호, 수고했소. 이젠 천국(?)에 들어가도 좋소.”

 

왠지 모르게 이글은 친숙하다.

왜냐하면 최인호씨가 살아생전에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제가 서초동에 있을 때 늘 부인과 주일 오전 9시 미사를 드리셨다.

나는 처음에 누구인지 몰랐다.

허름하게 잠바 차림으로 와서는 ‘강론 잘 들었습니다.’하고 인사하고 가셨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그분이 최인호 작가님이라는 분임을 알았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천국에서 이런 말씀 하실 것 같다.

“강론 열심히 준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