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얼마 전, 지하철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피곤했기에 빈자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퇴근 시간인 그 시간대에 빈자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커다란 사치였지요.

결국 저는 일찌감치 그런 기대는 포기하고 붐비지나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안고서 전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글쎄 다른 칸은 모두 꽉 차있는데, 제가 타려는 칸에만 빈자리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전철을 타자마자 비어있는 자리를 선택해서 앉았지요.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뒤에 저는 왜 이 칸에만 빈자리가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냄새 때문이었어요.

그 자리에 누가 무엇인가를 흘렸는지 심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냄새를 피해서 다른 칸에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냄새보다도 자리에 얼른 앉아야 한다는 생각에 빈자리를 선택해서 앉았고, 그 선택은 저를 곧바로 후회하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여유를 가지고 그 자리에 들어섰다면 사람들이 피하는 안 좋은 냄새도 맡을 수가 있었겠지요.

그러나 빈자리만 바라보다 보니 그 냄새를 맡지 못하고, 남들이 피하는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섣부른 판단을 통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가 얼마나 많았던 지요?

즉,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생각하다 보니, 올바른 길, 나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그 길을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제시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 분명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쾌락을 추구하는 것, 재물과 명예를 쫓는 것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마치 제가 편안하게 앉아 갈 생각만 하다 보니 안 좋은 냄새를 맡지 못했던 것처럼, 결국은 후회할 길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 십자가를 지라고 그렇게 힘주어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요?

혹시 후회할 선택을 어리석게도 계속하는 것은 아닌가요?

 

자리를 양보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