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사순 제2주간 월요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2001년 9월의 911테러를 기억하십니까?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테러는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테러가 있은 지 12시간이 지났을 때, 그 사실을 생생하게 알리기 위해서 어느 텔레비전의 뉴스 기자가 자기 손에 서류 한 묶음을 들고 그 참사 현장에 서 있었습니다.

이 서류들은 기자가 무너진 쌍둥이 빌딩에서 나온 잔해들과 함께 흩어져 있었던 서류들을 길거리에서 주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 서류는 모두 세 장이었는데, 첫 번째 장은 어느 회사의 재무 보고서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종이는 사업 계획서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종이는 어떤 사람의 은퇴 계획서라고 합니다.

이 세 장의 종이.

분명히 이 종이를 작성한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종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재무 보고서, 사업 계획서, 은퇴 계획서.

반드시 필요한 계획서이며, 그래서 누군가가 이 계획서를 손상시키기면 분명히 화를 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수 천 명의 생명을 잃고 난 다음, 이 서류들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12시간 전에는 제일 중요한 서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12시간이 지난 후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찮은 종잇조각으로 변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계획서는 바로 사람들과 함께 했을 때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의 계획서란 있으나 마나이니까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과연 그 일이 몇 시간이 흐른 뒤에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우리들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그렇게 영원한 것에 두지 않습니다.

순간의 만족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제일 마지막 자리에 위치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삶 안에서 가장 어렵다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남을 심판하지 말라고, 또 남을 단죄하지 말라고, 그리고 용서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에 미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심판하지도 단죄하지도 또 더 나아가서 용서까지 하라니, 말이 쉽지 가능할까요?

하지만 주님께서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바로 나의 용서만이 정말로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즉 주님으로부터의 용서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실천하기 힘든 말씀을 강한 어조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나의 심판, 나의 단죄, 나의 미움…….

그런 것들이 과연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나를 위해서 용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