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공주병이 조금 심하다는 평을 받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이 엄마가 음식을 해 놓고 아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어요.
그리고는 이렇게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들아, 이 엄마는 얼굴도 예쁜데 요리도 잘하지? 이런 걸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지?”
물론 엄마가 기대한 사자성어는 ‘금상첨화(錦上添花)’였지요.
그런데 아들은 “자화자찬(自畵自讚)”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다시 “그거 말고 다른 건데…….” 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들이 “과대망상(誇大妄想)이요?” 라고 답합니다.
이에 엄마는 화가 난 상태에서 힌트까지 이렇게 줘요.
“금 자(字)로 시작하는 거야. 이제는 알겠지?”
이에 아들은 자신이 있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아~ 이제 알겠다! 금시초문(今始初聞)이죠? 맞죠?”
이 엄마의 실망이 얼마나 컸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착각에서 조금이나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쩌면 우리들도 이 세상 안에 살면서 이와 비슷한 착각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신앙생활에 있어서 그렇지요.
이런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신부님, 제가 얼마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줄 아십니까? 저는 주일미사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고, 시간이 되면 평일미사까지도 나갑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못된 짓 하나도 하지 않고 정말로 착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악하게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잘 살게 해주면서 왜 저에게는 이렇게 상처만 주십니까?”
어쩌면 이런 마음도 공주병, 왕자병의 모습이 아닐까요?
자신은 옳다는 생각.
그래서 누구보다도 큰 선물을 받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주님을 떠올려보세요.
아무런 죄도 없으신 분, 오히려 우리의 죄를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인간의 판결을 받아서 고통과 시련, 죽음을 체험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왜 이런 상처를 받아야 했을까요?
맞습니다.
이 세상의 고통과 시련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착각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당신의 몸으로 직접 보여주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청을 올립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자신의 아들들을 영광의 자리에 올려 달라는 청이었지요.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이 말에 발끈하는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즉, 자기들 역시 그 영광의 자리에 올라가고 싶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들 모두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만 열심히 따르면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들은 그냥 겉에서만 지켜보면서 따르는 것 만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즉, 예수님 말씀처럼 남을 섬기는 사람, 종이 되지 않으면서도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착각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남보다 조금 더 잘 산다고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착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웬만큼 살지 않고서는 하늘나라에 결코 들어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