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사순 제3주간 금요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2005년 5월 31일, 기네스북협회는 1925년 6월 1일 결혼한 영국인 퍼스 애로스미스와 프로렌스 부부가 ‘결혼 기간’ 부문에서 80년이란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다음 날인 6월 1일, 80회 결혼기념일을 맞은 이 부부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로 사랑하는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남들처럼 우리 부부도 가끔 다툽니다. 하지만 그날을 넘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화가 난 채로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늘 키스를 한 뒤 꼭 껴안은 채 잠들 수 있답니다.” 또한 “배우자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미안하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라는 말도 잊지 않고 말했다고 하네요.

80년이라는 결혼생활.

이 부부의 말을 보면서, 그 기간을 그냥 보낸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이 부부가 위대해 보이더군요.

더군다나 싸움이나 분쟁 뒤에 화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런데 이 부부는 그 화해의 시간을 아무리 못해도 하루를 넘기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사랑을 나누면서 살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마음 때문에 ‘미안하다’라는 말도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었겠지요.

바로 이 부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여 보았으면 합니다.

얼마나 서로를 위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지요?

혹시 나만 인정받는 사랑을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다툼이나 분쟁이 있을 때 얼른 화해를 하지 못하고 계속 몇 날 며칠을 서로 끙끙대면서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싸우고 나서 곧바로 화해를 했을 경우와 몇 날 며칠 동안 서로 화해하지 못한 경우를 떠올려 보십시오.

싸우고 나서 곧바로는 자존심 때문에 정말로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먼저 화해를 청하고 나면 그 다음은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화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떤가요?

계속해서 찝찝하지요.

또한 미안하다고 말은 해야 하는데 하면서 입에서만 계속 맴도는 그 말을 하지 못해서 불안한 마음까지도 간직하게 되면서, 몇 날 며칠 동안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이 힘들게 보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부부간의 사랑 안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지요.

이 세상 안에서의 모든 만남에서 이 원칙을 지켜나간다면 우리들은 주님께서 보시기에 합당한 모습을 간직하면서 살 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나만 인정받으려는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려는 사랑.

그리고 내가 먼저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겸손한 모습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주님께서는 가장 크고 중요한 계명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사랑의 계명을 제대로 이해한 율법학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들의 사랑 실천은 어떤까요?

주님께 이런 칭찬을 받을 정도로 사랑을 잘 이해하고 잘 실천하고 있을까요?

 

사과할 일이 있으면 오늘 당장 다 사과하십시오. 오늘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