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예수님의 죽음 뒤, 제자들은 다락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당해 돌아가시자 그들은 혹시 자신들도 그러한 수난과 죽음을 당할까 싶어 다락방에 숨어서 모여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한 그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왜 이 말씀을 첫 번째로 하셨을까요?

아마 저 같으면 이렇게 먼저 말했을 것 같습니다.

“너희들, 나를 몽땅 다 배신했지? 내가 그렇게 사랑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니?”

“왜 다락방에만 있느냐? 빨리 나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하지만 제자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말은 이런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바로 평화가 가장 필요했었던 것이지요.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만을 떠올리고, 그 죽음에 연연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 생전에 이미 말씀하셨던 부활 소식을 모두 잊어버립니다.

또한 사람들로부터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의심을 가지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자 안절부절못하고 의심을 품게 되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의 모든 말씀을 잊어버리고, 부수적인 것들에만 연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배신했다고 따지는 것도 아니었고, 다락방에서 나가라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먼저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그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필요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가장 먼저 ‘평화’를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제자들의 모습을 간직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주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사랑을 실천하기보다는 다른 부차적인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질 때, 우리들은 쉽게 흔들리고 쉽게 좌절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다락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게 되지요.

그러한 우리들에게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이 주님의 평화를 생각하면서 이 세상의 어려움들을 이겨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자신이 만든 다락방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