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수사님이 수도원 정원에서 흙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그 수도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교만한 젊은 수도자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젊은 수도자에게 어떤 깨우침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단단한 흙 위에다 물을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사는 단단한 흙 위에 물을 부었지요.
하지만 단단하게 뭉친 흙 위에 부은 물은 옆으로 모두 흘러가고 맙니다.
그러자 이 나이 많은 수사님은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서 흙덩어리를 잘게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서진 흙을 모아 놓고 젊은 수사에게 다시 한 번 물을 부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번에는 어땠을까요?
물은 흙 속으로 잘 스며들었겠지요.
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이 든 수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야 흙 속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여기에 씨가 뿌려진다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거야. 이처럼 우리 마음 역시 깨어져야 한다네. 그래야 하느님께서 깨진 마음에 물을 주시고, 씨가 떨어져 꽃이 피고 열매를 맺힐 수가 있는 것이지.”
교만한 마음에는 하느님께서 함께 하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측에서 먼저 우리를 깨뜨리시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두가이파 사람들도 이렇게 교만한 마음으로 가득한 사람이었지요.
그들은 모세오경만을 성경으로 인정하면서, 죽은 이들의 부활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사흘 만에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에요.
바로 예수님 의견에 반대하기 위해 그들은 ‘칠 형제 모두의 아내가 되었던 그 여인은 부활 후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는 질문을 통해서 부활이 없다는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을 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렇게 교만으로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예수님의 어떤 말씀도, 또한 예수님의 어떤 행동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나의 마음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요?
예수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게 부수어진 고은 흙과 같은 마음일까요?
아니면 그 어떤 말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돌처럼 딱딱하게 뭉쳐버린 흙과 같은 마음일까요?
오늘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요,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에게만 해당하는 하느님이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그 시대에 그리고 그 사람 각자 각자에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이라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요,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인 동시에 바로 지금 나의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나의 하느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요?
자신이 없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하느님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잘게 부수어 달라고 말입니다.
반대를 위한 억지를 부리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