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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로 배우는 교리] 노인의 날과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나라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로 정했습니다. 원래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인데, 우리나라는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어서 하루 뒤인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념일의 명칭을 ‘노인의 날’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날(조부모의 날)’로 기념하는 나라들도 많고, 날짜도 조금씩 다릅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 노인의 날과 같은 10월 2일을 ‘조부모의 날’로 지내는데, 그날이 전례력으로는 ‘수호천사 기념일’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든 가정의 수호천사들이라 부르며 교회적인 의미도 함께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수호천사로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바로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의 전달’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제자였던 티모테오에게 “나는 그대 안
에 있는 진실한 믿음을 기억합니다. 먼저 그대의 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에우니케에게 깃들어 있던 그 믿음이,이제는 그대에게도 깃들어 있다고 확신합니다”(2티모 1,5)라고 말하며 할머니의 믿음이 어머니를 통해 손자인 티모테오에게 전달되었다고 이야기하죠.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비율이 높아져 가는 오늘날 한국 사회 안에서 이 신앙의 전달자로서의 조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올해 초 “긴 세월의 풍요로움”(LARICCHEZZA DEGLI ANNI)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노인 사목을 위한 국제회의 참석자들에게 “현재 세대의 부모들 다수는 조부모들이 손자녀들에게 전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적인 양성과 살아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신앙 안에서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교육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연결 고리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신앙을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조부모들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의 100살의 육체에서 선택된 민족이 태어났고, 늙은 엘리사벳과 즈카르야에게서 위대한 세례자 요한이 태어났습니다. 아무것도 못 할 것처럼 보였던 노인들도 구원의 역사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편 저자는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시편 92,15)고 말합니다.

2018년 개최된 ‘젊은이, 신앙, 성소 식별’에 관한 주교시노드에서 사모아제도에서 온 한 젊은 참관자는 “교회는 카누고, 이 배에서 노인들은 별들의 위치를 파악하여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고,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대화하며 힘껏 노를 젓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표현은 굉장히 의미 있는 표현인데요, 이렇게 노인들의 기억과 지혜와 젊은이들의 힘이 결합될 때 교회라는 배는 자신의 목표 방향인 구원을 향해 안전하게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노인들이 교회의 오늘과 내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노인들 역시 젊은이들과 함께 예언을 하고 꿈을 꾸는 교회의 미래이기에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노인의 날이 있는 이 10월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젊은 손자녀 세대와 함께 교회의 미래를 위해 꿈을 꾸는 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양경모 대건안드레아 신부 | 사목국 노인사목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