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로 배우는 교리] 01.가톨릭 교리 상식
기도는 반드시 지향을 두고 해야 합니까?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그래서 지향을 두고 기도를 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그렇듯, 하느님과 반드시 어떤 주제를 가지고만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를 주님께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기도가 되리라 봅니다. 한편 무엇보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귀를 열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도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쉽게 지치잖아요? 지향을 가지고 나의 바람을 아뢰면서도,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바라시는지에 귀 기울인다면 주님과의 대화가 더 즐거울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싶은데 아무런 응답을 주시지 않고 침묵하시는 것 같아요. 응답이 없을 땐 어찌해야 하나요?
어쩌면 우리는 감각적인 것들에 너무 익숙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면서도 매번 보이는 것을 찾으니 말입니다. 하느님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전히 그분께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침묵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길거리에서 그냥 음악을 들으면 여러 소음과 섞여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노랫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죠. 침묵 가운데 마음을 주님께 모으세요. 그렇게 주님께로 향할 때 새의 지저귐, 바람의 움직임, 빗방울의 속삭임… 이 모든 것들을 통해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한편 기도의 응답은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전 생애를 두고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약속을 믿으며 광야를 건넜고, 긴 유배 생활을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약속은 성취되고 이뤄졌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을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의 바람을 주님께서는 반드시 들어주실 겁니다. 루카복음 11장 9-13절의 말씀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것만 기도해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근데 반대로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들어보세요. 주님과의 대화가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기도할 때 자꾸 다른 생각이 납니다. 생각을 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 신학교 교수 신부님께서는 일생에 딱 한 번 분심없이 묵주기도를 바쳐봤다고 하셨어요. 그때가 언젠가 하면 크루즈를 타고 관광 중이었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흔들려서 위급한 상황이 됐을 때였다고요. 농담같은 말씀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만큼 간절하게 바랄 때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주님께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분심은 기도하면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것들이 기도하며 잔잔해진 내마음 위로 떠오르는 거겠죠. 물에 떠있는 낙엽은 그냥 내버려 둬야지, 치우려고 휘휘 저으면 고요했던 호수는 물결로 일렁이게 됩니다. 분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있는 그대로 그냥 두세요. 분심이 생겼다고 거기에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분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라나게 됩니다. 잠시만 그렇게 머무르다 보면 내 마음이 아닌 하느님께로 깊이 잠기게 됩니다. 물론 기도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너무 욕심내지 마시고 천천히 조금씩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