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로 배우는 교리] 김대건 신부님 특집
마카오 유학 시절 김대건은 스승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최양업) 토마스는 계속해서 유리한 상태에 있고 천주님께서 그의 건강을 허락해 주신다면 조선 포교지를 위해서 유익한 몸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불쌍한 안드레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늘 위병과 요통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머리털만 보아도 그가 심각한 두통을 앓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그의 머리털은 회색이고 희고 누르스름한 색 등 온갖 색깔이 섞여있습니다. 저는 일찍이 이렇게 추한 머리털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뿐더러 그는 판단이 늘 좋은 것은 아닙니다.”(리브와 신부가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서한, 1839.8.11)
김대건은 세 소년 중 가장 늦게 신학생으로 발탁되어 라틴어 기초를 배우지 못한 채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또한 다른 스승 신부의 기록에 따르면 김대건은 생존 싸움과도 같은 유학 초기 생활을 일종의 성장통을 겪으면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가 이 성장통을 이겨내기 시작한 것은1842년 에리곤호를 타며 세실 함장의 통역 역할을 할 때 부터 였습니다. 필리핀, 상해, 남경을 거쳐가는 여행 중에 해외 견문을 넓히게 되었고, 통역 자격으로 남경조약 조인식에도 참석하면서 병약하던 그의 기질이 나아졌습니다. “육지와 바다에서 겪은 그의 여행은 그의 육체적인 힘을 발달시켜 주고, 그의 기력과 타고난 마음의 대담성을 왕성하게 하고 원숙하게 하여 주었다.”(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 중에서)라고 달레는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김대건은 훈춘을 향한 여행, 부제품 이후의 한양 입국, 나룻배를 타고 상해로 가는 용덕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심경부주(心經附註)』의 천선개과(遷善改過)장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천선(遷善, 선으로 옮겨감)이 곧 개과(改過,허물을 고침)가 아닙니까?” “그렇지 않다. … 천선(遷善)은 색깔이 옅은 것을 희게 하는 것과 같고, 개과(改過)는 새까만 물건을 희게 하는 것과 같다. 천선(遷善)은 남이 나은 것을 보고 … 즉시 옮겨 가는 것이고, 개과(改過)는 대단히 용맹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 약간 풀어서 의역하였지만, 개과천선(改過遷善)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대건은 성장통을 극복함으로써 병약한 몸을 이겨내 용덕을 발휘하였고, 신덕(信德)으로 개과천선을 완성하신 분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시기에 ‘천선개과’의 모범을 보여주신 성인을 기억합니다.
이런 황망한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한글 서한 중에서)”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출처 : 서울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