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연중 제18주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겨울이 다가오는 어느 날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던 철새들이 옥수수 밭을 발견하고 그곳에 내려앉아 옥수수를 쪼아 먹고 있었습니다.

모두 배불리 먹고 나서는 다시 날아올라 남쪽으로 향해 갔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마리만은 다시 떠나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먹을 것이 많은데 힘들게 남쪽으로 날아가는 거야? 참 바보 같은 친구들이군!’

그 철새는 이렇게 생각하며 옥수수 밭에 계속 머물러 있었습니다.

철새는 동료들이 모두 떠난 들판에서 혼자 먹이를 먹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동료들이 괜스레 고생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좋은 자리를 두고 구태여 멀리 가려고 하는 새들이 미련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양식이 풍부한 이곳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새라고 하면서 흐뭇해 했지요.

그렇게 먹이에 취해서 며칠을 보내고 있는 동안 겨울이 가까이 오고 기온이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그 많은 먹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철새는 계속 남아서 먹이를 배불리 먹었습니다.

찬바람이 몰아쳐도 부른 배에 만족하면서 웅크리고 잠을 청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눈보라가 휘날렸습니다.

그리고 그 철새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 택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늘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빵의 기적 뒤에 군중이 예수님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즉, 군중이 예수님을 찾았던 이유는 눈에 보이는 빵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더 중요한 것은 이 빵의 표징을 통한 주님께 대한 믿음인데, 그들은 눈에 보이는 그리고 곧 사라져 없어질 것만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리석음이 바로 앞선 이야기에 등장하는 철새와 같은 것이지요.

여기서 문득 우리는 과연 “예수님을 왜 찾는가?” 라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내게 있어서 예수님은 필요한가? 아니면 필요하지 않은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세상에 살면서 기쁘고 행복하다면 주님을 찾지 않습니다.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놀러갈 때, 주일미사나 매일 바쳐야 하는 기도를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때, 그때 우리들은 주님을 불러 보지도 않습니다.

나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다가올 때에만 주님을 찾는 우리들, 내게 절실하게 무엇인가가 필요할 때만 주님께 미사 봉헌이나 희생 그리고 기도를 바치는 우리들, 바로 빵의 기적만을 보고서 예수님을 찾는 이천년 전의 군중들과 다를 바가 없는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철새가 현실에 안주해서 결국 얼어 죽은 것처럼, 주님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주님은 생명의 빵입니다.

Náboženství, Eucharistie, Eucharistická, Pohár, Hrozny

 

주님께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주님을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습니다.

이 점을 기억하며 지금 당장 주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지혜로운 우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늘을 가진 손은 움켜쥔 손이 아니라 활짝 펼쳐진 빈손이다. (고도원)

 

 

가끔은 주변을 둘러 보세요.

(‘좋은생각’ 중에서)

 

2007년 1월, 어느 금요일 아침, 워싱턴 D.C의 한 지하철 입구는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청바지에 야구 모자를 눌러쓴 청년이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다 낡은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은 그를 보지 못한 채 지나갔다. 청년 앞을 64번째로 지나가던 한 남자가 처음으로 청년을 향해 눈을 돌렸다. 연주한 지 6분이 지났을 때 한 사람이 벽에 기대어 음악을 들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43분 동안 7명이 1분 남짓 청년의 바이올린 연주를 지켜보았다. 27명이 바이올린 케이스에 돈을 넣었고 그렇게 모인 돈은 37달러 17센트였다.

 

다음 날 신문을 펼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지하철 입구에서 공연하던 그 청년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무려 45분 동안 멋진 연주를 했지만 그날 현장을 오가던 1,070명은 단 1초도 그를 쳐다보지 않고 바쁘게 지나갔던 것이다. 이 무료 공연을 제안한 ‘워싱턴포스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 쫓겨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도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동안 길가의 꽃과 푸른 하늘, 사람들의 미소 등 아름다운 가치들을 놓치고 살지 않는가. 그러한 가치들이야말로 우연히 날아드는 ‘행운’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