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다녀와서
본당에 있는 신부들에게 있어서 그 본당 신자들과 성지 순례를 떠난다는 것은 마지막에 자서전을 내고 떠나는 본당 신부들과 비슷하다.
그런데 25주년이라는 은경축과 맞물려 떠나게 되는 성지 순례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서 우리가 가야할 성지 순례 코스는 다 다녀와서 늘 그 팀이 떠나면 그 본당과 마찬가지로 30%는 본당신부 추종자, 30%는 반대자,
30%는 그때 그때 마다 변화는 무리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번에도 정말 어렵게 구성해서 떠난 성지 순례이다.
코로나라는 2, 3년의 공백기로 쉽지 않은 성지 순례였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힘든 상황인데도 모든 분들이 기쁘게 떠난 성지 순례였다.
하지만 그 성지 순례를 떠나는 신부에게는 매일 떠나는 성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강론을 해야 된다는 것이 숙제가 되기도 하는데,
저또한 미리 강론을 쓰고 준비해서 떠났다.
그런데 강론이 그때 그때 마다 성지에서 미사를 드릴 때 맞는 강론이 아닐 수가 있다. 의외로 이번 성지 순례는 그 강론이 안 맞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는 늘상 순례를 떠난다.
신자라고 하면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성당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거기서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의 노력없이는 쉽지는 않다.
우리는 정말 14일동안 의미있고, 기념이 되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그것 또한 은총인 것 같다.
사실 본당신부로써 이번 성지 순례에서 바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모두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고 또 정말 어디가 안 좋다고 하는 분들 없이 잘 갔다와서 그것으로 만족한다.
사실 지금 갔다와서는 어디가 아프네 어디가 안 좋네 할 수가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든게 은총인 것 같다.
신부로서 살아가면서 늘 감사하면서 산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시차 적응으로 갑자기 잠이 안오는 이 밤, 이 시간에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모두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2023년 2월19일
금호동성당 주임신부 하상진 세례자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