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날에
수능 시험 날에
우리가 살다보면, 나에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빨리 시간이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마 오늘 적어도 50만 명 이상이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오늘 시험을 치루는 50만 명의 수험생들은 빨리 시간이 지나서 시험에 대한 부담을 없앴으면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험생들에게 이런 동화를 하나 들려주고 싶습니다.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자기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의 연인이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초조했습니다.
바로 그 때 어떤 회색의 난쟁이 노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 젊은이에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자기의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노인이 단추를 하나 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단추를 옷에 붙여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당신은 시간을 먼저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이 젊은이는 너무나도 신기했고 꿈같았지만, 혹시나 하면서 자신의 옷에 단추를 붙이고는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사랑하는 연인이여, 빨리 와다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고대하던 연인이 웃는 얼굴로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추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사랑하는 연인과 빨리 결혼하고 싶다.”라고 말했더니, 말하기가 무섭게 성대한 결혼식 장면이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집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집이 세워졌고, “아이를 원한다.”라고 하면 몇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또 “포도밭이 있었으면…….”하면 포도밭이 생겨났습니다.
이 젊은이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 희망의 단추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는 이미 백발노인이 되어서 자기 무덤 앞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성급하게 미래를 먼저 가진 그 동화 속의 젊은이는 처음에는 행운인 줄 알았지만, 죽음까지도 먼저 얻게 된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미래에 빨리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원 같은 곳에 가서 점을 보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오늘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 그리고 그 수험생들의 부모님들은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미래로 빨리 다가서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희망의 단추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의 동화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 우리에게 이러한 희망의 단추가 없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큰 행운이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결과 자체가 아닙니다.
그 결과를 가져오게끔 하였던 과정이 있기에, 그 결과가 어떻든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지금 현재에 내가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며, 나의 부족한 부분은 주님께 맡겨 드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아무쪼록 수험생들 모두가 침착하게 시험 잘 치루기를 바라면서, 여러분들이 그동안 노력한 것들이 주님 안에서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도합니다.
수험생을 위한 기도 (퍼온 글)
우리를 살피시고 보살펴 주시는 사랑 지극하신 하느님,
입시를 준비하며 그 넓고 크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 기도드립니다.
바라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총으로 응답하시는 하느님 아버지,
비록 열심히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하느님께서 슬기를 주셔야만 아는 지식이라도 바르게 표현하겠나이다.
그른 방법으로 시험에 합격하는 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믿음생활에 시험되는 일이 없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굳은 믿음으로 고사장에 들어가 시험을 치르게 해주시고
답을 쓸 때 기도하는 부모님 또는 형제가 함께함을 알게 해 편한 마음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슬기로우신 하느님,
저의 마음을 다스리시어 생각을 재빠르게 하시며,
옳고 바른 판단을 하게 하시며 합격의 영광을 주님께 드리게 하시고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기회가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저희에게 풍부한 은총을 베푸시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