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지향

[강론] 2022.05.15 부활 제5주일. 스승의 날. 가정의 날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어떤 형제님께서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던진 돌에 왼쪽 눈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형제님께서는 이런 와중에서도 비명 한 마디 없이 오른쪽 눈에다 손을 가져다 대더랍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 모습을 보니 너무 이상했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보통 맞은 눈에 손을 대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그런데 이 형제님은 반대편 눈에다 손을 댔던 것입니다.

그래서 왜 다친 눈이 아닌 다치지 않은 눈에 손을 대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형제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세요.

“이미 다친 눈에 손을 대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더 중요한 사실은 또 돌멩이가 날아와 내 나머지 눈을 맞출 수도 있으니, 이 성한 눈만큼은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본능과 감정으로만 사는 사람들은 다친 눈만 만지면서 신음하며 욕설을 퍼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형제님은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앞일만을 생각했기에 그 손이 성한 눈으로 갔던 것이지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본능과 감정으로만 대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지난 일을 연연하며, 앞날에 대해서는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는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지금이라는 현재에 충실한 삶이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겠지만, 학창 시절에는 누구보다도 지적인 사람, 능력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못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늘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서 좌절도 맛보고 절망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이 있을 때, 더 행복해 한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내 곁에 있으니, 그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내가 뛰어난 사람이 되려는 욕심만 버린다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며 동시에 스스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본능과 감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새 계명을 주십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하며 사는 것이 주님의 제자가 되는 삶이며, 행복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항상 사랑하라고 힘주어서 말씀하셨던 것이지요.

이 세상을 너무 본능과 감정으로만 살지 마십시오.

또한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심만을 내세우면서 살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새 계명인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주님의 제자가 되어 기쁨과 행복의 삶을 누리며 살게 될 것입니다.

 

다정한 벗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으리(톨스토이).

 

 

진흙탕의 가르침(‘좋은생각’ 중에서)

 

당나라 고승 감진의 이야기다. 그가 몸담은 사찰의 주지승은 날이 궂건 개건 감진에게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게 했다.

 

비바람을 뚫고 돌아온 다음 날, 감진은 해가 하늘 가운데 걸리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이상히 여긴 주지승이 방으로 들어왔다가 이불 옆에 놓은 수십 켤레의 신발을 보았다. “동냥하러 가지도 않으면서, 낡은 신발은 왜 쌓아 둔 게냐?” “다른 사람은 일 년이 지나도 신발 하나 닳지 않는데, 저는 일 년 만에 이렇게 많은 신발이 해졌습니다.”

 

주지승은 감진의 불만을 눈치 채고 말했다. “어젯밤에 비가 한바탕 내렸더구나. 절 앞에 나가 보자.”

 

절 앞길은 진흙탕으로 변해 질퍽거렸다. 그걸 본 주지승은 감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어제 이 길을 지나왔겠지. 여기서 너의 발자국을 찾을 수 있느냐?” 감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는 길이 질퍽하지 않았는데, 발자국이 남았을 리가요.” 그러자 주지승은 진흙탕에서 몇 걸음 걸은 뒤 말했다. “그럼 내 발자국은 찾을 수 있느냐?” “당연하지요.”

 

주지승은 웃으며 말했다. “진흙 길이어야 발자국이 남는다. 한평생 아무런 고생도 하지 않은 사람은 마른땅을 밟은 것처럼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법이다.”

 

감진은 낡은 신발을 신은 뒤 동냥 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