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연중 제 14주일 -은경축 미사 : 하신부님 감사말씀
연중 제14주일 – 은경축 미사 – 하상진 세례자 요한 신부님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처음에는 이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짧은 여행을 갈 때도 그 많은 것을 챙겨야 하는데 말입니다.
33년전 20대 청년이 이불 보따리를 지고 혜화동 신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처음으로 집을 나와서 이제는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신학교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막막했습니다.
저녁에 신학생들끼리 로사리오 기도를 하는 데 집 생각이 났습니다.
혜화동 밖은 네온사인으로 오색찬란한데 언덕 위의 신학교는 아직 겨울이라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검은 양복과 검은 수단을 입은 남자들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녁 기도를 하러 대성당에 들어갔는데 우리 자리는 삼,사백 명이 모이는 곳에 맨 끝 자리였습니다.
언제 맨 앞 자리로 갈까라는 생각에 주님께 기도하면서 신학교 생활을 보냈습니다.
오늘 복음처럼 주님은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살라고 하시는데 한 학년 씩 올라갈 때마다 책과 물건들은 쌓여만 갑니다.
버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 또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제 서품 피정 때 김 수환 추기경님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그때 사제 서품 성구가 들어간 서품 상본을 갖고 들어갔습니다.
추기경님이 왜 신부가 되려고 하는지 물어보십니다.
소박하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선교 사제들을 보고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사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서품 상본 그림과 서품 성구 구절을 보시더니만 추기경님은 예수님이구만 하고 작은 농담을 하시고 잘 살으라고 하시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저희 서품반은 김 수환 추기경님이 집전하신 마지막 서품반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사제 생활 25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말씀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주님으로 채워서 그러한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옛날에는 25주년 은경축하시는 신부님을 뵈면 할아버지 같았는데 이제는 저처럼 젊어서 명함도 못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제로 25년을 살았다는 것은 바로 주님의 은총과 늘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더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씀처럼 세상의 것은 비우고 주님의 사랑과 모든 분들의 사랑으로 채우고 나누는 사제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1,2를 생각하라(‘좋은생각’ 중에서)
한 제자가 스승에게 삶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늘 1, 2를 생각하라.”라고 쓴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이 10이라 한다면 마음과 같지 않은 일이 8, 9라고 했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어쩌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야.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8, 9를 빼면 적어도 1, 2는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일,
행복한 일, 위안이 되는 일 아니겠나.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1, 2의 좋은 일들을 늘 생각해야 하네. 그러면 사소한 일도
소중하게 여기고, 뜻대로 안 되는 일 때문에 좌절하지도 않을 걸세.”
스승은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위인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었지.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지닌 낙관적인 태도와 용기,
그리고 인내라네. 인생이 마음대로 될 것인가는 생각에 의해 결정되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8, 9가 아니라 1, 2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나.”
눈과 귀로만 들어가는 가르침은 꿈속에서 먹은 식사와 같다(중국 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