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2022.09.04 연중 제23주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제가 신학생 때의 일입니다.
당시 신학생들 사이에서는 녹차 마시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신학생 방에 놀러 가면 커피 대신 녹차를 주는 경우가 많았지요.
어느 날 동창의 방에 놀러갔다가 멋진 다기 세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다기 세트의 아름다움이 남달랐습니다.
품위도 있어 보이고, 그 다기 세트에다 차를 마시니 그 맛이 더욱 더 좋은 것 같았습니다.
동창에게 어디서 구입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인사동이라고 합니다.
저는 외출 날 곧바로 인사동에 들려 똑같은 다기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약간 비싸기는 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데 이 정도의 투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이 다기 세트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모릅니다.
닦을 때에도 혹시 깨지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행동했지요.
그런데 한 달쯤 지나니까 이 다기 세트에 점점 관심이 사라졌습니다.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와는 달리 녹차를 마시는 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요.
그리고 커피를 워낙 좋아했던 저로써는 녹차를 마시는 것보다는 커피 마시는 횟수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다기 세트가 어디에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어졌습니다.
제가 잘못된 다기 세트를 샀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보다는 남이 갖고 있으니 나 역시 갖겠다는 욕심에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잘 사용되어야 할 다기 세트를 나의 욕심으로 인해 그 용도를 다할 수 없게 만든 것이지요.
그 어떤 것도 욕심을 통해서는 진정한 의미를 갖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는 자신의 십자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서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들은 남의 십자가만을 바라보면서 그 남의 십자가를 짊어지려할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짊어진 십자가가 더 좋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나에게 딱 맞는 십자가를 주십니다.
그래서 나를 세상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로 이끌어 주십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주님께 불평과 불만을 던질 때가 더 많습니다.
왜 나에게는 이렇게 무겁고 큰 고통과 시련의 십자가를 던져 주셨냐면서 힘들어 합니다.
바로 남의 십자가를 탐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욕심으로 인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질 수가 없는 것이지요.
자기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질 때에는 욕심을 완전히 버려야 합니다.
가족,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어야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이제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헤아릴 수 있는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모든 소유를 주님을 위해 내어 놓을 수 있는 욕심 없는 우리가 될 때, 비로소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주님의 멋진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고통을 감추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해 슬픔을 감춘다(공자).
유쾌한 기내 방송(은진슬,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중에서)
오랜 비행 뒤라 매우 지쳐서 침대에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피닉스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항공기에 탑승해서 인사불성이 되었는데, 목소리 멋진 남자 승무원이 마이크를 잡고 안내 방송을 했다. 그런데 이 승무원, 마치 친근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듯 기내 방송 정규 멘트 외에 이것저것 참견하고 농담도 하는 거다. 그 남자가 마이크를 들 때마다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나도 차차 귀를 기울였는데, 이를테면 이런 말이었다.
“현재 피닉스의 기온은 110도(섭씨 45도 정도)로 맑습니다. 이 정도면 오븐 속에서 구워지는 느낌인데, 이런 여름에 피닉스에 간다는 것은 참 불운한 일입니다.”
“잠시 뒤 피닉스 공항에 도착합니다. 오늘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선택해 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저희 회사가 부도로 어려움을 겪는 때인지라 더욱더 감사드립니다. 머리 위 선반이나 좌석 밑에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고, 혹시 두고 내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보석이나 지갑 등 되도록 값나가는 물건을 두고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즐거운 여행하시고, 피닉스에서 타죽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경직된 업무 분위기상 승무원이 이런 방송을 했다가는 시말서를 써야 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예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무척 신선했다.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위트 있는 기내 방송 덕택에 생기를 되찾고, 피닉스에 도착할 때는 피로도 가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