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지향

[강론]2022.12.31 송구영신미사

 

 

<하상진 신부님 강론 글>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무엇이든 새것이라면 좋아하는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친구에게 요즈음 한창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를 말하면서 읽어 보았는지를 물었습니다.

친구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지요.

이 말에 여대생은 출판 한 지가 벌써 석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읽어보지 않았다고 핀잔을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져서 어떻게 살 수 있겠냐고도 말했지요.

이러한 핀잔을 계속 듣고 있던 친구는 갑자기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 성경은 읽어 보았니?”

여학생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친구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성경은 나온 지가 2천년이나 넘은 거야.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 읽히고 있는 베스트셀러지. 이렇게 가장 중요한 베스트셀러를 아직도 읽지 않았다고? 이것부터 먼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저 역시 새 것이라면 좋아했고 이러한 신상품을 어떻게든 구비하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신상품이 영원하지 않더군요.

순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지만, 얼마 못가서 또 하나의 쓸모없는 짐으로 남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웬만해서는 새로운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행을 따라간다고, 또한 남들처럼 한다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에서 우리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오늘은 12월 31일. 2022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숫자상으로는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만 같은 날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해 역시 계속해서 후회만 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 해의 마무리에 서 있는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아옵니다.

소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합니다.

토끼는 예로부터 성장과 풍요의 상징이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토끼띠를 맞이하여 좀 더 주님 뜻에 맞게 성장하고 영적으로도 더욱 더 풍요로운 한 해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떤 나무꾼이 있었습니다.

그는 도끼 하나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나무를 패기 위해 자루에서 도끼를 꺼내는데 도끼날은 없고 도끼자루만 있는 것입니다.

도끼자루만으로는 도저히 나무를 팰 수가 없지요.

그래서 그는 도끼날을 찾기 위해 그 주위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도끼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친 그는 더 이상 나무꾼 노릇을 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도끼자루만으로는 나무를 벨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미련을 완전히 버리기 위해 도끼자루를 강에 버린 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글쎄 그렇게 찾던 도끼날이 집 안 장작더미 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는 기쁨에 넘쳐서 도끼날을 집어 들었지만 이제 도끼자루가 없습니다.

도끼날이 없다고 도끼자루를 강에 버렸으니까요.

도끼날이 없어졌다고 도끼자루를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처럼 내가 포기한다는 것은 유일하게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수단을 던져 버리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이제 내일 우리가 기념하는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복음에서는 이렇게 전하지요.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어렵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 모든 일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면서 하느님의 뜻에 맞게 생활하셨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성모님을 기억하면서 올해에는 우리 역시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리고 항상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며 당신을 따르는 사람과 주님께서는 언제나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당신이 선택할 것이 못된다.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선택하는 일만이 당신에게 주어져 있을 뿐이다.(요한 바에르)

 

인간을 미워하는 것은 생쥐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 집 전체를 태워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해리 에머슨 호스딕)

 

 

성공 뒤에 쟁여진 무수한 실패(‘행복한 동행’ 중에서)

 

“나는 성공하기 전,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세계적인 성공학의 대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늘 강연의 서두를 이렇게 연다. 그는 ‘실패학’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무일푼에서 연간 매출 3,000만 달러의 인력 개발 기업을 만들기까지 그가 거친 직업은 셀 수 없이 많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트레이시에게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그는 낡은 중고차를 보금자리 삼아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과연 무수한 실패 속에서 성공을 꽃피운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남의 성공을 보면, 한 번에 해낸 것 같아도 그 뒤에는 무수한 실패의 시침핀이 꽂혀 있습니다. 실패했을 때 중요한 것은 포기하려는 마음을 잡아줄 고집이죠. 저는 매일 관심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고 베껴 썼습니다. 그러고 난 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세부적인 실현 계획을 세웠습니다.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A4 용지에 또박또박 적고, 현실적인 목표기한을 설정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땀나도록 뛰었죠. 안 되면 또 하고, 또 해나가는 굳은 의지로요. 성공 뒤에 쟁여진 무수한 실패에 대해 잊지 않는다면 모든 실패는 거쳐야 할 관문일 뿐입니다.

 

 

국숫집에서(김형민, ‘마음이 배부른 식당’ 중에서)

 

삼각지 근처의 국숫집을 촬영했을 때 일입니다. 방송 다음 날 전화가 왔습니다. 40대 남자가 거기 다녀온 PD를 찾아서 당사자임을 밝혔더니 귀가 따가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사람입니다.”

 

15년쯤 전, 그는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노숙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루는 너무 배고파서 용산역 앞에 늘어선 식당에서 밥을 구걸했습니다. 두들겨 맞기도 하고, 어딘가에선 개를 풀었다더군요. 한 집, 한 집 X 자를 쳐 가다 할머니네 국숫집까지 갔습니다. 할머니는 그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먹는데 할머니가 그릇을 배앗더니 한가득 다시 주더랍니다. 두 그릇의 국수를 털어 넣은 뒤, 할머니가 국수 삶은 틈을 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뭐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개의치 않고 달음박질치다가 잠시 가쁜 숨을 뱉어 내는데 할머니의 외침이 불쑥 머릿속에 들어왔답니다. “그냥 가! 뛰지 마! 다쳐요.” “어디 가? 거기 서! 돈 내놔!”라는 말로 흘려들었는데 엉겁결을 지나고 보니 할머니의 걱정이었다는 겁니다.

 

아저씨는 펑펑 울었답니다. 자신을 속인 세상,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 친 얼음장 속에서 숨 막혀 가던 자신에게 할머니의 한마디는 따스한 불씨였다는 겁니다. 그는 얼마 뒤 마음을 추스르고 파라과이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15년 후 큰 장사를 벌이는 성공 시대를 이룩해 냈다고 합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음을, 보잘 것 없는 나, 대한민국 장삼이사도 다른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고리를 가졌음을 기억하게 해 주는 통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