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13회]
폭설1편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함박눈이 밤새도록 끊임없이 내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삼십 센티나 쌓였다. 눈은 멎었는데 바람이 부니까. 눈보라가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 도무지 눈을 뜰 수가 없어 시야가 잘 보이질 않아 걸을 수가 없었는데 더욱 염려되는 것은 고인을 발인하여 장지까지 가서 장례치를 일이 더욱 염려되었다.
고인과 우리를 태운 장의버스는 타이어에 체인을 감고, 거북이보다 별로 빠르지 않은 속도로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며 겨우 장지부근까지 갔는데 도로가 얼어서 버스가 더 오를 수 없다고 하여 도보로 운구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성물가방과 책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길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눈이 쌓인 언덕과 가파른 산을 올라가기 위해 마을에서 새끼줄을 얻어다가 운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을 포함하여 모두들 각자 발에 새끼줄을 둘둘 감고 걸어가게 되었는데 발이 불편하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미끄러운 길을 넘어지지 않고 잘 올라갈 수가 있었다.
일행들의 모습을 뒤에서 보니 새끼줄을 감고 올라가는 그 모습들이 마치 산행하는 등반대원들같이 보였다. 광중에 고인을 하관하여 무사히 장례예절을 마치고 산 중턱까지 내려와 보니 눈밭에 비닐을 길게 깔아 놓은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그 전경을 보고
‘지금 바람도 불고 너무 추운데, 설마 저기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라며 의심스러웠는데 정말 그곳에다 점심을 차리는 것이었다.
아무의 도움도 없이 혼자 점심을 차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 점심은 주문한 도시락이었고, 부스타에 국을 데우려니까 찬바람이 불어와 불이 자꾸 꺼지며, 커다란 들통에 가득 든 국은 데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기에 나는 “에라, 모르겠다. 안 데워질려면 말거라, 국 없이 먹지 뭐!” 하며 도시락을 집어 들었더니 임원들도 모두들 비닐위에 앉으며,
“눈이 많이 쌓여 자리는 푹신 하네!” 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나는 차가운 바닥에 앉기가 싫어서 도시락을 들고 서서 추위에 떨면서 도시락 한 개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더운물 한 모금 없이 마른밥을 꾸역꾸역 서서 먹었는데도 신기하게 소화가 잘 되었는지 아무탈 없이 무사히 귀가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