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15회

고인의 미소1편

한밤중에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깜짝 놀라 깊은 잠에서 깨어 전화수화기를 들었다.
“우리 영감이 위독해요. 빨리 와주세요. 빨리!”
졸리는 눈을 비비며 2킬로미터가 되는 거리를 단숨에 달려갔다. 환자는 잠을 자듯 고요히 누워 있었다. 환자의 손을 만지며 불러보아도 숨소리만 가쁘게 들려나올 뿐 기척이 없었다. 2시간쯤 지켜보다가 그리 위급해보이지는 않기에 임종하는 사람을 위한 기도만 해주고 나오려니까 보호자가 환자에게 하는 말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나온다.
“죽으려면 빨리 죽지! 아들도 직장을 쉬고 먼 지방에서 올라왔고 이렇게 모두들 왔는데 왜 이러고 있어 이 영감탱이야.”
중풍으로 10년을 누워서 지내기는 했지만, 보호자가 환자에게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환자가 말은 못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말씀하셔야 돼요.”

 

그 중풍환자는 이틀 후에 선종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망인은 눈을 부릅뜨고 임종하여 우리가 수시를 하면서 눈을 감겨주어도 눈꺼풀이 닫히지를 않았다. 눈을 뜨고 사망한 사람들도 눈꺼풀을 아래로 당겨서 눌러주면 눈이 감기는데 그 망인은 감겨주어도 스르르 다시 올라가곤 하였는데 여러차례 시도하여 가까스로 반쯤 내려왔는데 그래도 검은 눈동자가 드러나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니까 교우들뿐 아니라 가족들도 가까이 하려하지 않았다.
입관을 할 때도, 매장을 할 때도 망인의 아내는 기가 막히게 넋두리를 잘했다.
“아이고, 나는 어떻게 살라고 혼자 갔어요? 나는 어떻게 하라고! 나를 두고 가다니! 원통하고 절통해서 어떻게 하나! 아이고, 아이고. 소털같이 많은 날을 두고 왜 벌써가셨어요? 고생하며 살다가 이제 살만하니까 가버렸네! 나를 두고 야속하게 가다니 원통해서 어쩌나!”
망인의 아내는 넋두리를 하면서 구슬프게 울다가도 ‘뚝’ 그치고는 작업하는 일군들에게 말을 건다.
“잘 좀 해줘요. 꼭꼭 밟아서 잘 좀 해줘요. 저쪽도 잘 밟아주고요.”
“잘 해 드릴 테니 염려마세요. 우리가 한두 번 하는 일입니까, 염려마세요.”

장례봉사를 수없이 해오는 동안 망인의 눈이 감겨지지 않는 경우도 처음이고, 유가족이 넋두리를 기막히게 잘하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