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16회

故人의 미소2편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늘 바쁘게 살면서도 주일미사만큼은 꾸준히 나오던 교우가 성당에서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궁금하여 시장에서 그 사람을 만나 성당에서 보이지 않게 된 까닭을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빠쁜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나가서 기도를 했는데도 내가 원하는 기도가 단 한 가지도 이루어지는 게 없으니 정말로 하느님이 계신지, 요즘에는 갈등이 생겨 당분간 쉬려고요.”
“아이고, 그만큼 기도를 하시며 성당에도 잘 나가셨으니까 건강한 몸으로 이렇게 장사도 잘하시고 계시잖아요. 몸이 아프면 어떻게 나다닐 수가 있겠어요.”

나는 그가 영적상담이 필요한 분이라고 느꼈으나 그는 잠깐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귀찮아하였다. 성격도 온순하여 주위사람들에게 평판도 좋은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쓸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더니 그는 쓸어져 인사불성으로 있다가 일주일 만에 선종하였다. 선종한 그의 모습은 생전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전에는 상냥하고 순박해 보이는 모습으로서 부담 없이 상대할 사람으로 보였는데 사후의 모습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매우 섬짓한 느낌을 갖게 하는 무서운 모습이었다.

 

 

고인의 눈은 상대방을 째려보는 느낌도 들게 하고 또는 원망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눈흘겨보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입은 악물고 있었다. 입안을 씻어주려는데 어찌나 꽉 다물었는지 벌어지지가 않았다. 오랫동안 수많은 고인의 염, 습을 해왔지만 이를 악물고 벌어지지 않는 고인은 그가 처음이었다. 선량해보이던 그 얼굴이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나도 사후의 모습이 저렇게 변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걱정이 되어 그 때부터 기도거리가 또 한 가지 늘었다. <저 사람은 생전의 모습보다 사후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이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