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17회

故人의 미소3편 

연극을 하는 학생이 무대를 설치하다가 높은 곳에서 추락되어 사망하였다. 그 학생은 3대독자로서 학교의 내신 성적도 좋았고 연극에도 재능이 있는 학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너무도 많이 울어서 목소리도 쉬어 음성도 잘 나오지 않았는데 그의 넉두리 속에서 확실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은,
“내 탓이야, 내가 오랫동안 하느님을 떠나 살아온 탓이야! 내가 냉담하고 살아온 죄 때문이야!” 라는 말을 여러차례 되풀이 하였다.

그는 아들을 낳자 유아세례까지 받게 하고 그 때부터 냉담하며 살아왔는데 다니다가 성당이 보이거나 성당 옆을 지나가게 될 때마다 마음이 걸려서, 다음 주일에는 꼭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수백 번도 더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추락한 고인의 모습은, 몸은 별로 상한 곳이 없는데 머리가 깨져 얼굴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고 피부가 밀려 입과 코가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변형되어 심하게 일그러졌고 혈액이 피부 속에서 퍼져 안색이 먹물을 끼얹은 듯 새까맣게 변하여 그의 부모가 본다 해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이고 오히려 더 아픈 상처만 남을 것 같아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나 그의 부모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방법이 없었다.

수많은 염, 습을 해오던 우리도 고인의 모습을 도저히 십분의 일도 되돌려 놓을 수가 없었기에 오직 아들의 얼굴을 보지 말라고 설득하였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마지막 얼굴이라도 봐야 내 마음이 풀리지. 보게 해줘요! 보게 해줘, 보게 해달라고, 아이고, 내 새끼야!”
“어머님의 심정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면 더 마음이 아플 것이니 안 보시는 것이 더 위로가 될 것이니 우리의 뜻을 따라주세요.”
“내 아들을 마지막으로 어미가 보겠다는데 왜 못 보게 하는 거야,” 하면서 우리를 밀치고 뛰어들어, 고인을 덮은 흰 보를 삽시간에 열어 제치고 달려들다가 별안간
“악” 소리를 내며 쓸어져 실신하였다. 유족들 몇 명이 실신한 어머니를 부축하여 응급실로 데려가는 소동을 벌렸다.

아마도 그 분의 기억 속에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름답던 아들의 모습보다 마지막으로 본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아무리 잊으려 해도 영원히 떠오르며 마음아파 할 것 같아  내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