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19회

故人의 미소5편 

갑부로 소문난 교우가 지병으로 자리에 누운 지 1년 쯤 되었는데 한 밤 중에 위급하다는 연락이 와서 옷도 제대로 못 챙겨 입고 허겁지겁 달려가서 환자를 살펴보니 그는 이미 인사불성이었다.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그의 귀를 열어주셨을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는 그가 참회하고 임종하도록 기도로써 최선을 다하였다. 환자는 기도가 끝나자 바로 선종 하였다.

고인이 살아계실 때, 교우들과 우리 봉사자들이 문병을 가면 늘 습관처럼 하는 말이
“내 재산의 반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고 죽을 겁니다.” 라는 말을 수없이 하였는데 결국은 사회복지에 한 푼도 기부하지 못하고 사망을 하였다.

장례를 집에서 치루기 때문에 우리는 고인을 수시하기 위해 그가 누었던 자리를 정리하려는데 고인의 베게 밑에서 고액권의 현금이 나왔다. 그것을 본 고인의 아내는

“이 영감탱이가 돈 없다고 하더니만 이 돈만해도 한 달 생활비는 되겠네!” 라고 하며 치맛자락을 들치고 속바지주머니에 돈을 집어넣었다.

젖은 수건으로 고인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한지로 몸을 감싸 시상판에 올리기 위해 요를 걷어내자 요 밑에서 고액의 큰 금액이 또 쏟아져 나오자 우리는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엔가 또 숨겨진 돈이 있을 것 같아 우리는 고인을 시상판에 올리고 나서 장판을 들쳐보았다.
장판을 들치자 모두들 동그란 눈으로 서로 바라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장판 밑에는 더 많은 돈이 깔려 있었는데 가족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영감탱이가 언제 이렇게 많은 돈을 숨겨놓았을까? 그래서 이 방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방을 청소하려해도 못하게 하였구나!” 하며 자루를 가져와서 돈을 걷어 담았다.
사람이 죽으면 가져갈 것이라곤, 몸에 걸치는 수의 한 벌 뿐, 동전 한 닢 못 가져가건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도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튼 날 입관을 하기 위해 고인을 덮었던 흰 보를 들치자 우리는 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 우리는 고인의 눈을 감겨주고 얼굴을 화사한 모습으로 수습해주고 턱을 고여 얼굴이 변하지않도록 수습하였는데 어제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성난 사람처럼 일그러져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한 고인의 아내는

“아이구, 이영감탱이가 돈을 깔고, 베고 지내더니만 그 돈을 못가지고 떠나서 화가 났나! 여보, 왜 인상이 그래? 얼굴 좀 펴봐! 여보,”
부인의 넉두리에 우리는 웃지 않을 수 없었으나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유족들의 시야에서 얼굴을 돌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