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24회

부 검

 

글:차 엘리사벳

 

 

하루전날까지 담소를 나누었던 사람인데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나뿐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이들이, 정말로 그가 사망한 거 맞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집에서 갑자기 사망한 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검찰에서 부검을 하게 되었는데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게 되자 고인의 몸은 부검으로 인해 엉망으로 훼손되었고 결국 사인은 밝혀내지 못하였다.
부검으로 인해 양쪽다리는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피부를 직선으로 가르고, 팔도 손목부터 어깨까지 갈랐으며 몸과 목덜미 역시 팔과 다리처럼 갈라놓고 검사한 후 시신을 1센치 간격으로 듬성듬성 꿰메어 놓았는데, 신경이 죽은 시신이라 그런지 상처가 붙지 않고 벌어져 있었으며, 벌어진 상처를 솜으로 닦고 또 닦아도 계속 핏물이 스믈스믈 흘러나와 염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수의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솜으로 메우고, 덮어가며 우리는 어렵게 염을 끝낼 수가 있었다.

 

지내오는 동안, 장기를 기증하거나 안구를 기증한 사람 등, 여러 형태의 많은 시신을 염, 습 해왔지만 부검으로 인해 이렇게 심하게 훼손된 시신은 처음이었다. 교통사고보다도 더 잔인하게 훼손된 것을 보고 나는 죽을 때도 잘 죽어야지 의문을 남기고 죽으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이것 또한 중요한 기도거리가 되었고 부검을 거치는 것은 두 번 죽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은 대부분,
“갑자기 죽는 것도 복이야 복.” 라고들 말하지만 나의 생각은 절대로 ‘복’이 아닌 것 같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