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26회

탈관매장

 

 

글:차 엘리사벳

 

장례를 지낼 때 지역에 따라 묘지에서 관을 그대로 입관 매장하는 경우가 있고 관에서 시신을 꺼내어 탈관매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봉사자들은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염을 하기 전에 유가족들과 상의하여 입관매장인지? 탈관매장인지? 반드시 그 문제를 상의하여 소렴(입관매장)과 대렴(탈관매장)을 한다. 입관매장과 탈관매장은 고인을 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남에 선산이 있는 가족이 장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우리가 염, 습을 할 때 유가족들이 분명히 입관매장으로 한다고 하여 고인을 소렴으로 염을 했는데 고인의 고향인 선산에 도착하니 고향의 어르신들이 풍습대로 탈관매장을 한다며 관을 뜯어내게 하였다. 우리 봉사자들은 갑자기 놀란 얼굴로 서로 바라보며 ‘이를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황당해졌다.

관 뚜껑이 열리자, 소렴을 하여 얼굴을 가리지 않았기에, 잠자는 듯이 누어있는 고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갑자기 죽은 시신의 생생한 모습이 드러나자 너무도 놀라 물러서며 일군들을 비롯하여 어떤 이는 고개를 돌렸고, 어떤 이는 놀란 토끼눈처럼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입관매장을 하도록 소렴을 시킨 유가족들을 뒤늦게 원망해 봤자 아무소용 없는 일이기에, 나는 우선 주위사람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인부들의 작업을 잠깐 중단시켰다.

 

 

탈관매장을 할 수 있도록 고인을 다시 수습해야겠기에 장례를 지내기 위해 산에 모인 상가의 모든 유가족들과 문상객들, 인부들이 우리를 지켜보는 가운데서 우리는 고인이 덮었던 천금(이불)으로 얼굴을 가리고 관속에 들어있던 지매(고인을 묶었던 끈)로 고인을 여섯 부분으로 묶고 나서, 가위가 없으니 인부들이 쓰던 낫을 빌려서 결관했던 끈(면으로 된 소창)을 3등분으로 잘라 고인의 몸 밑에 밀어 넣어 고인을 들어내기 편하도록 처리해주었다. 여니 때는 영안실에서 입관 후 고인을 묶었던 지매를 빼내어 버리곤 했는데 그날은 다행이도 지매를 빼내지 않고 관속에 그대로 넣어두었기 때문에 고인을 탈관수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아마도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미리 아신 주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수없이 마음속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대렴은 일곱 매를 매지만, 지매가 여섯 개 밖에 없으니 우리는 여섯 매를 매어 고인을 매장할 수 있도록 수습해주어서 일군들이 무사히 탈관매장을 마칠 수가 있었다.

그 날, 땅을 파놓은 광중 앞에서 흰 칼라에 검은 정장을 말쑥이 차려입은 여자들이 죽은 지 사흘이나 된 시신을, 서슴없이 달려들어 민첩하게 처리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그곳에 모인 일군들과 모든 사람들은 너무도 놀라 입을 벌리고 경악을 하였다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