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27회
밤사이 나 죽는 거 아냐!
글:차 엘리사벳
여름에 장례를 치를 때는 특히 음식물에 조심해야 될 점들이 많다.
삼복더위에 故인의 고향인 전라도의 시골 선산에서 장례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나는 이른 아침 새벽 3시에 집을 나오게 되어 아침을 굶고 나온 탓으로 너무도 배가 고파서 배가 등가죽에 붙어 마른오징어처럼 될 정도였다.
상가에서 차린 음식 중에 생선 조림, 바지락조개무침 등이 있었는데, 나는 너무도 배가 고파서 생선 가시는 씹지 않아도 넘어갈 정도이고, 바지락 조개무침은 또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씹기도 전에 술술 넘어가 그야말로 셋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였다. 우리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그 조개 무침을 게 눈 감추듯 다 먹고 나서
“조개 무침 좀 더 주세요!” 라고 청하여 또다시 게 눈 감추듯 먹고 나서,
“조개무침 또 주세요!” 우리는 이렇게 세 번이나 더 청하여 먹는 동안 나는 밥을 두 그릇도 넘게 먹었다.
장례를 마치고 오후 늦게 귀향하기 위해 장지를 출발하여 영구차로 돌아오는 도중, 버스 안에서 갑자기 내 배 속에서는 때 아닌 전쟁이 일어났다.
배가 살살 아프며 “꾸르륵” “쪼르륵” 하고 계속 온갖 요상한 소리가 다 나더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가족들 얼굴도 볼 사이 없이 화장실로 총알같이 뛰어 들어갔다.
화장실 슬리퍼도 신을 사이 없이 뛰어들어, 맨발로 변기 앞에서 바지를 채 내리기도 전에 내 뱃속에서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사정없이 몸 밖으로 오물을 밀어냈다. 돌쟁이 시절에 바지에 용변을 묻혀본 후론 아마도 이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토사광란이 나서 아래위로 ‘쫙’ ‘쫙’ 쏟았는데 배를 쥐어짜는 것같이 아픈 고통을 겪으면서도 우리 신랑이 알면 걱정할까 봐, 발소리를 죽여 가며 그날 밤새도록 화장실을 20번도 더 드나들었다.
땅이 꺼지는 듯, 천정이 노래지는 듯, 다리는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려 벽을 집고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이러다가 밤사이 나 죽는 거 아냐!’ 하며 불안하고 겁이 더럭 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난 우리 신랑이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아니! 왜 갑자기 눈이 칠십 리나 들어갔어?” 하며 놀랐다.
나는 돼지같이 많이 먹어서 나 혼자만 탈이 난 줄 알고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날 장지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온 우리 봉사자들과 교우들, 그리고 버스 운전기사까지도 토사광란이 나서 죽도록 앓았으며 봉사자 한 명은 식중독이 너무 심하여 병원에 입원까지 했었다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