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28 회
앗! 귀신이다
글:차 엘리사벳
나는 어린 시절, 어른들께로부터 옛날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였다. 우리 이웃에 혼자 사시는 젊은 아주머니가 이야기보따리를 한번 풀면 무서운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 웃기는 이야기 등을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 해 주셨는데 나는 특히 무시무시한 귀신 이야기를 더 좋아하므로 아주머니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며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그런데 어른이 된 후에도 TV에서 방영하는 ‘전설의 고향’ 등을 즐겨 보노라면 우리 신랑은
“거 귀신단지 같은 것만 보지 말고 재미있는 것 좀 보자!” 라고 할 때가 많았다.
밤새도록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만 아침에도 멈추지 않고 가랑비가 오고 있었다. 큰비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우산을 챙겨들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고인의 고향인 선산까지 가는 동안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왔기 때문에 허기가 져서 뱃속에서는 얼른 밥 들어오라고 “꼬르륵” “꼬르륵” 하는 소리가 창피할 정도로 들리는데 상가에서는 물 한모금도 준비를 안 하여 우리는 등가죽에 붙어버린 뱃가죽을 안고 참아야했다.
고인의 고향마을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비가 그친지 오래되어 풀포기가 모두 말라있었는데 산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져서 가마니를 깔고 미끄럼을 타면 자동차보다 더 빨리 내려갈 것 같은 가파른 산을 기어 올라갔다. 인부들이 파놓은 광중은 너무도 경사가 져서 위쪽은 키 큰 사람의 키보다 더 깊게 팠고 하 쪽은 무릎정도의 깊이로 파서, 아래쪽은 관이 겨우 덮일 정도였다.
모든 예절을 마치고 무덤 부근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바닥이 경사가 심해 밥을 들고 서서 먹어야 할 정도였으나 그래도 모두들 각자 편한 자세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무사히 모든 장례식을 마치고 귀향할 때는 날이 저물어 어두워서 밤길을 조심스럽게 걸어야했다.
버스기사는 무사히 귀향한 탑승자들을 모두 내려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도중, 버스 내에는 기사혼자뿐인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나와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조금씩 작게 들리더니 점점 커지면서 가까워졌다.
버스기사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끼쳤다.
이상한 소리는 잠깐 멈추는 듯 하더니 다시 점점커지며 울려나왔다.
“흑” “흑” “드르렁” “컥” “컥” “드르렁”
‘앗, 귀신이다!’
버스기사는 묘지에 갔다가 귀신이 붙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머리털이 곤두서고 소름이 끼쳐서 운전을 할 수가 없어 멈추었다.
‘귀신한테 홀려도 정신만 차리면 안 죽는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이상한 소리가 나는 곳을 용기를 내서 찾아가 보니 버스뒷좌석 쪽에 술이 만취된 남자가 잠을 자느라 미쳐 못 내렸더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