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32회

치매1

 

아녜스의 시어머니 누시아는 70세에 치매가 심하게 와서 며느리인 아녜스를 너무 힘들게 하였다. 간식으로 과일이나 떡을 주면 며느리 몰래 간식을 감추거나 숨겨두곤 하는데 숨길 수 있는 곳이라면 장소를 막론하고 아무 곳이나 무작정 숨겨놓는다고 하였다.

 

간식을 숨기고 나서는 본인도 잊어버리고 있어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음식이 썩는 고약한 냄새가 집안을 진동하면, 냄새나는 발상지를 찾기 위해 방안 가득히, 이삿짐 내놓듯, 살림을 끄집어내고 들춰내면서 냄새의 발상지를 찾곤 하는데, 어느 때는 이불 사이, 장롱 안의 양복주머니, 옷장 서랍 등. 곳곳에서 숨겨놓은 음식이 썩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며느리가 장을 보려고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대변을 보아 방 벽에 그림을 그리듯 발라 놓고 이불 속에도 대변을 숨겨놓고 이불을 돌돌 말아 끌어안고서
“이 안에 아무것도 없다, 없다구,” 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행동에 의문이 생겨 이불을 잡아당기면 어머니는 안 빼앗기려고 놓지를 않아, 서로 당기고 당기며 씨름을 한다고 했다.

 

식사 때도 밥 한 그릇을 밥풀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고 나서 상을 물린지 5분도 안 되어 “왜 나를 밥도 안 주느냐? 굶겨 죽일 작정이냐?” 고 이웃에까지 들릴 정도로 고함을 쳐서, 어느 때는 식사를 다섯 번도 더 한다고 한다. 많은 양을 먹다 보니 체중도 늘고 힘도, 기력도 좋아지니까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아녜스를 마구 폭행한다고 했다.

 

 

시어머니의 뒷바라지가 너무 힘들어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치매 등급을 받으려고 신청을 해놓고 나서, 시어머니에게 미리 세뇌교육을 시켰다.

“심사하는 분이 무엇을 물어보면 무조건 저는 몰라요. 몰라! 라고 꼭 대답하세요.” 라고 여러차례 일러놓았다.

 

드디어 치매 판정을 받는 날이 돌아오자 어머니는 식구들을 너무도 놀라게 했다. 어느 때는 며느리의 얼굴도 잊어버려,
“당신은 누구요?”라고 묻기도 하고, 식구들의 얼굴도 분간 못하여 “저 사람들은 누구냐?” 라고 묻기도 허다했는데, 정작 치매 판정을 받는 날에는 심사위원이 묻는 말마다, 당신이 사는 주소와 나이, 생년월일 등을 정확하게 대답하였고,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도 척척 대답을 잘하여 정상인보다 더 낫다고 하며 심사위원이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아녜스는 너무도 놀라고 어처구니가 없어, 어머니가 정말 치매가 맞는지? 구분할 수가 없어, 오히려 아녜스 자신이 돌아버릴 정도라고 했다.

 

아녜스가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얌전해지고 식사도 잘 안 하시고 사흘째 누어서 계속 잠만 주무신다고, 속히 방문해달라고 하여 서둘러 가보니 누시아는 내가 방안을 들어서자 2분도 안되어 임종하였다.

 

수시를 하면서 보니 누시아 할머니는 등창이 심하게 나 있었다. 며느리가 사흘 전에 목욕을 시킬 때도 멀쩡했다는데 등이 심하게 물러져 등 전체가 살갗이 벗겨져 빨갛게 생살이 드러나 있었다. 오랫동안 누워 있어도 등에 창이 나지만 근육이 무르고 체중이 많이 나가도 창이 빨리 난다는 것을 나는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