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33회

치매2

 

 

 글:차 엘리사벳

 

치매의 증상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웃이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녀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증상이라면 자녀들이 아무리 효자일지라도 부모를 잘 모시기 어려울 것이다.

 

마리아의 시어머니 막달레나는 80세에 치매가 시작되었는데 갑자기 심해지더니, 가족들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까지 큰 피해를 주게 되자 이웃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치매가 심해진 막달레나 할머니는 할머니의 예금통장, 도장, 주민등록증을 봉투에 넣어 신주단지 모시듯 지니고 있었는데 그 봉투를 찾아내라고 매일 가족들에게 호통을 치는 일이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는데, 그럴 때마다 통장과 도장을 찾으려고 이불장의 이불을 모두 끄집어내어 이불 속에서 통장을 찾는 것이었다. 이불 속에서 통장을 못 찾으면 또다시 옷장이나 책상 또는 냉장고까지 열고 통장을 찾느라 아우성이다.

 

며느리 마리아는 할머니의 통장을 여러 곳을 뒤져 어렵게 찾아내어,
“어머니, 잃어버리지 마시고 주머니에 넣어두고 보세요,” 라고 일러주면 반시간도 안되어 또다시 내 통장 내놓으라고 고함을 치며 찾는다.

 

매일 통장을 찾는 일로 집안이 소란해지자 마리아는 시어머니가 입고 있는 속바지에 주머니를 크고 깊게 만들어 드리고 나서
“ 어머니, 통장을 다른 곳에 두지 마시고 속바지 주머니에만 넣어두세요. 꼭 주머니에 넣으세요!”
라고 일러드리기도 수 십 번이었으나 한 시간도 안 되어 또다시 통장을 꺼내들고
“이게 어떻게 모은 돈인데 자꾸 훔쳐 가느냐? 절대로 안 된다! 안 돼!”
“어머니, 주머니에서 꺼내지 마세요. 자꾸 꺼내보시고 다른 곳에 숨겨놓으시니까 찾을 수가 없잖아요.”
“내 통장을 자꾸만 훔쳐가니까 없어지지! 왜 내 통장을 자꾸 가져가려하느냐?”
“어머니, 통장에 있는 돈 어머니가 다 쓰시면 제가 또 넣어드릴 테니 염려마시고 통장 찾는 일은 제발 그만두세요.”
“안 돼! 여기 있는 돈 아무도 건드리면 안 돼!”

 

막달레나 할머니는 주머니를 만들어드려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꺼내어 보고는 당신이 생각하는 비밀장소에 통장을 숨겨놓고는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또다시 소리치며 통장을 찾는 일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였다.

 

가족들이 집안에서 이 잡듯 뒤져도 통장을 못 찾게 되자, 할머니가 문맹 인이라 글을 모르시므로 통장과 도장을 위조하기도 했는데, 주민등록증은 위조를 할 수가 없어 동에 가서 새로 발급받기도 여러 번이라고 하였다.

 

 

 

통장을 찾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투명한 비닐봉투에 통장, 도장, 주님등록증을 넣고 목에 걸어 드리거나 허리에 묶어드리기도 여러 차례이지만 자꾸 꺼내보고는 다른 곳에 깊숙이 숨기기 때문에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통장 때문에 식구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가족들의 걱정은 할머니가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었다.

 

가족들이 나가고 혼자 남으면 대낮이건, 밤이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서서
“염병할 썩을 년아, 너만 잘났니? 뒈질 년아, 우라질… 어쩌구, 저쩌구…이xxx아.”
라며 민망할 정도로 상스러운 욕설을, 쉬지도 않고 고함을 치며 몇 시간씩 서서 욕설을 퍼붓는데 이웃 사람들뿐 아니라 길을 오가던 사람들까지 멈추어 서서 바라볼 정도라고 이웃사람들이 알려주는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치매 현상이 심해지고 이웃에 피해를 주게 되자 마리아는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지냈던 막달레나 할머니는 요양원 생활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시름시름 앓더니만 요양원에 간지 석 달 만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임종한 그의 얼굴은 몹시 일그러져있었는데 아무리 인상을 보기 좋게 바로 잡아 주려 해도 안면이 펴지지가 않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