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36회

달구질

 

 

글;차 엘리사벳

 

간염으로 사망한 베드로의 염을 하기 위해 영안실로 가서 고인을 안치실에서 꺼내놓았다. 고인 베드로는 간염을 치료하다가 배안에 물이 차서 사망하였다.

 

베드로를 염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배안에 물이 너무 많이 차서 배가 엄청 불러져 몸을 건드릴 때마다 입과 코에서 분비물이 샘물처럼 흘러나왔다. 입안에 솜을 가득 채우고 솜이 젖으면  교환해가면서 탈관 염(대렴)을 어렵게 마칠 수가 있었다.

 

베드로의 고향 선산에 이르니 탈관매장을 하도록 광중을 파놓았는데 광중 안에는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맨땅이었다. 지역마다 장례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탈관매장이라 해도 광중에 석관으로 테두리를 하고 고인을 하관하여 돌 횡대나 나무횡대로 덮는데 나무도, 돌도 아무 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고인 베드로를 광중 안의 맨땅에 직접 내려놓고는 흙으로 덮은 후 몇 사람이 광중에 내려가 흙을 밟으니 바닥의 흙이 들썩들썩 거리는 장면이 눈에 거슬려 보기에 영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일꾼들은 흙을 밟으면서 노자 돈을 받아내기 위해 달구지타령을 처량하게 부르면서 잔디위에 꽂아놓은 막대기에 노자 돈을 끼우라고 아우성이다.

 

‘산신 지신 정령님께’ ‘에~헤~달~구~’
‘달구 소리로 고합니다’ ‘에~헤~달~구~’
‘산기 지기 정기 흘러’ ‘에~헤~달~구~’
‘혈을 맺은 이 명당에’ ‘에~헤~달~구~’
‘선산 임씨 영가된 이’ ‘에~헤~달~구~’
‘천년만년 살아나갈’ ‘에~헤~달~구~’
‘잔디 집을 지으오니’ ‘에~헤~달~구~’
‘영가된 이 왕생극락’ ‘에~헤~달~구~’

 

유가족이 한 명씩 지전을 꺼내 나뭇가지에 꽂아놓으면 또다시 흙을 한 켜 덮고 광중으로 내려가 밟으며 달구질을 계속했다.

 

베드로를 염할 때 물이 너무 많이 차서 염도 매우 조심스럽게 하였는데 횡대도 덮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흙을 덮고 사람들이 너 댓 명씩 들어가 밟으며 처량하게 부르는 달구지노래 소리를 듣기보다는, 차라리 공중에서 “까악” “까악” 울며 날고 있는 까마귀 소리에 나는 정신을 집중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