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38회

 

하고 많은 일 중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 차 엘리사벳 


집에서 모시다가 선종한 고인 루시아의 염을 하는데 루시아의 사체에서 무지하게 지독하고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체는 피부도 희고 깨끗하며 상처도 하나 없는데 참을 수 없이 지독하게 역한 냄새가 어디서 풍겨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고, 가족들도 주춤주춤 고인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요즘에는 냄새를 정화하는 약을 뿌리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약도 없던 시절이었다.

염을 마치고 나오자 유가족의 친척 되는 사람이 나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왜 하필이면 여자가 이런 일을 하세요? 집안일이나 하시지! 이런 일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는 딱하다는 듯이 비난하며 의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형제의 말에 순간 그가 이해할 만큼 정확한 대답이 나오지 않아 멍청히 그의 얼굴만 마주보다가

봉사로 하고 있습니다.”

하고많은 일중에 하필이면 왜 여자가 이런 봉사를 합니까?”

우리천주교회 안에는 여러 산하단체가 있는데 저는 그 중, 연령회라는 단체의 한 일원으로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이 봉사를 하지요.

 

 


연령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장관의 부인도 있고 국회의원의 부인도 있습니다. 천주교인들은 자기 적성에 따라 일을 가리지 않고 봉사를 합니다.


어떤 이는 각종 사회복지회에서 장애인들 목욕시켜주기, 또는 밥을 해주거나 빨래봉사를 해주는 이도 있지요.


저는 연령회에서 죽은 이를 수습하고 기도하면서 그의 가족들이 하느님을 깨달아 교회로 나오도록 하기위해 이 봉사를 합니다.”

라고 말해놓고는 언변이 부족하여 좀 더 감동스러운 말을 해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압구정동성당의 장례 때 있었던 사례로써, 장례식장에서 입관할 때 유가족의 귀한 손님 중 한 명이 연령회 회장을 업신여기며 무시하면서 거친 말투로 함부로 대하다가 발인하는 날, 장지를 가기위해 자기회사의 사장님이 오셨다. 그런데 사장님이 연령회 회장 앞에서 굽신거리며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놀랐는데 나중에 그는 연령회 회장이 그 당시 체신부장관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