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39회

쌍 초상

글 : 차 엘리사벳

 

추석 전날, 정신없이 바쁘게 송편을 빚고 있었는데 초상이 났다는 전갈이 왔다. 일하던 것을 주섬주섬 걷어 냉장고에 집어넣고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뛰어나갔는데 길에서 한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일부러 그렇게 입으셨나요?” 하고 가리키는 그의 손가락 끝이 나를 향해있었다.
내 앞자락을 내려다보니 단추 한단이 올라가 끼워져 남은 한단의 아랫단추가 불쌍하게도 짝꿍 없이 홀로 남아, 찜바 된 것을 보고 나는 너무도 창피해서 알려준 것을,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듯 달아났는데, 그래도 초상집에서 유가족들의 눈에 뜨인 것보다는, 언제 볼지 모르는 사람에게 들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뚤어진 옷의 단추를 제대로 정돈하였다.

같은 날 두 군데서 초상이 나면 우리는 쌍 초상이 났다고 말한다. 쌍 초상이 나면 정신이 헷갈려 가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입관을 할 때도 양쪽으로 뛰다보면 긴장이 풀리지 않아, 기도할 때 실수를 하기도 한다.
고인 베드로의 입관을 마치고 다른 상가로 달려가서, 고인 요한의 입관예절을 하는 도중,

“세상을 떠난 베드로를…”라는 말이 내입에서 튀어나오면 옆에 있던 봉사자가 얼른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요한!” 이라고 낮은 음성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진다.

장례미사를 하루에 두 번 드리게 되면 어느 한편은 참여하는 인원수가 너무 저조하여, 고인 두 사람을 같은 시간에 발인하여 장례미사도 같이 드리기도 한다.

고인 베드로와 고인 요한도 같은 날 임종을 하여, 관을 나란히 놓고 미사를 드리게 되었고, 매장할 때도 목적지가 우연히 같은 지역(금호동성당 묘지)이라 산에서도 베드로의 묘 자리는 위쪽, 요한의 묘 자리는 아래쪽에 있어, 묘지에서 예절을 할 때도 고인을 위한 성가소리가 아래 위에서 울려, 온 산을 퍼져나가 오라토리오를 이루는 듯하였다.

고인 베드로형제가 생전에, 성격도 좋고 사교성이 있더니만 죽은 후에도 친구와 같이 손을 잡고 웃으면서 하늘나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