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40회

무너져 내린 무덤1편

글 : 차 엘리사벳

1990년 9월 13일 이른 새벽에 전국 곳곳에서 침수피해와 산사태 등 크고 작은 사태가 많이 발생하였다. 이 때 불행하게도 용인 천주교 묘지가 곳곳에서 무너져 내려 무려 묘지 192기가 유실되는 큰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른 새벽에 현장을 목격한 우리 신랑은 너무도 처참하여 눈뜨고 볼 수없는 이 참사를 눈물을 흘려가며 비디오와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수없이 많은 묘가 폭우로 쓸려 내려가 관은 온데간데없고, 땅이 뒤집혀 뻘건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벌판이 된 곳도 있고, 곳곳에 무덤이 패어 관은 빠져나가고 무덤만 남아있고, 어느 무덤은 땅이 패여 관이 반쯤 드러난 채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기도 하고, 어느 무덤은 관 뚜껑이 열려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흙투성이가 된 텅 빈 관만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폭우로 불어난 계곡에는 떠내려가다가 바위에 걸린 시신들과 열려진 관 또는 수의자락이 즐비하였다.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신은 수의가 벗겨져 벌거벗은 상태로 걸려있어, 우리 신랑이 여기저기 널려진 수의 자락을 가져다가 시신을 덮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