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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미소 41회

무너져 내린 무덤2

: 차 엘리사벳

 

3개월간 용인사태의 재해복구 작업을 하는 동안,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몇 군데 천막을 설치해 놓았지만,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는 천막아래 즐비하게 늘어놓은 시신이 더위로 인해 점점 육탈되면서 썩는 악취가 온산을 뒤덮었고, 육탈이 덜된 시신일지라도 모습이 변해, 가족들이 알아볼 수가 없어 시신을 찾는 일에도 애를 먹었다.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안 된 집안은 고인의 얼굴을 확인하고 금방 찾는 가족들도 있고 무너진 묘지일지라도 훼손 되지 않은 관속의 시신을 보고도 자기가족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남편은 입관할 때 수염을 깨끗이 밀어 수염이 없어요. 그이는 율브린너처럼 털도 없고 멋쟁이라구요! 저 시신은 수염이 털보처럼 많은 것을 보니 우리 남편이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

남편이 아니라고 부인하던 부인은 결국 DNA검사를 통하여 가족임을 확인하게 되었고, 사람이 사망을 한 후에도 수염은 육신의 영양분으로 자라난다는 것을 해부학교수들의 증언으로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옷에 배인 악취는 집에 들어올 때까지도 가시지 않아 힘들었지만, 악취보다 더 힘든 것은 시체에서 벌레가 생겨 불어나면서 작업하는 사람에게까지 기어 올라와 한번 물리게 되면 몹시 따갑고 오랫동안 가려움으로 견디기 힘들었으며 어느 때는 옷 속에 붙어 집에까지 와서 잡아내기도 했다.

벌레의 이름은 모르지만 바퀴벌레와 딱정벌레 비슷하게 생겼는데 한번 물리면 약을 발라도 잘 낫지를 않았다.

우리 신랑은 촬영한 사진을 인화하여 거실바닥에다 즐비하게 늘어놓고 골라내어 파일에 붙이고 날자와 이름을 기록하였는데 시체와 흉측스러운 해골만 찍은 사진을 아이들이 보고 놀랄까봐, 나는 현관 앞에 서서 망을 보며 남편을 재촉하였다.

“애들이 학교에서 오기 전에 빨리 해치우세요.”

“알았어, 그러려고 오늘 내가 일찍 들어왔거든!”

비록 유해만이라고 찾은 가족들은 새 관에 입관하여 고인을 잘 모실 수가 있었으나 찾지 못한 가족들은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유해를 못 찾은 가족들 중에도

“재난으로 생긴 일이니 할 수 없지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이들은 해결사를 구해 공갈협박을 하면서 터무니없는 고액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런 가족들은 대부분 대세자 장례를 치른 가족들이었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