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44회

효 부 글 : 차 엘리사벳

 

맡 며느리인 말다는 언어 장애인(벙어리)이었고 남편 요셉도 언어 장애인(반벙어리)이었다. 남편 요셉의 직업은 그릇을 때우는 땜장이(양은 솥 및 알루미늄 남비 등)인데 시대가 변화되자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었다. 요셉의 동생은 정상인으로써 인물도 좋고 모 교회의 ( ? 사)님이었지만 서로 왕래가 없이 지내고 있으니 남이나 다름없었다.

말다는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병석에 있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말다는 수화를 배우지 못해 수화를 못하지만 나도 수화를 모르니까 말다가 수화를 한다 해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방문을 갈 때마다 말다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어머니에 대하여 손짓 발짓 해가며 열심히 말을 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이해한다는 듯이 웃어가며 고개를 끄덕여주니까 말다는 내가 모두 이해하는 줄 알고 기뻐하며 쉴 사이도 없이 더욱 많은 몸동작을 보여주곤 하였다.

말다의 남편 요셉은 반벙어리인데,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을 나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며, 오히려 손짓발짓하는 말다의 말을 더 이해하기가 쉬웠다.

말다가 나를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며 열심히 몸동작으로 말을 많이 하면 옆에 있던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

“저 사람이 뭐라고 해요? 나는 도대체 모르겠던데!”

“나도 잘 몰라요. 그냥 그러냐고, 이해하는 척 하는 거지요.”

어느 날, 말다네 집을 방문했더니 환자의 상태가 많이 나빠져 있었다. 그 때 말다는 나에게 심각한 모습으로 더 많이 말을 했는데 나는 그 때 말다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상태가 나빠졌는데 병원에 입원을 해야 될지! 입원을 안 해도 되는지, 묻고 있었다. 나는 말다에게 병원에 가지 말고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도록 일러주었다. 그리고 나의 연락처도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말다의 남편 요셉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요셉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나의 말을 그가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내가 묻는 말에 대한 요셉의 대답을 듣고 그의 어머니가 임종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故人마리아의 입관을 하면서 말다가 어머니를 얼마나 잘 돌봐드렸는지 알 수가 있었다. 말다는 어머니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목욕을 시켜주었고 옷도 매일 갈아입혀서 건강한 사람보다 더 깨끗한 모습으로 있었는데 사후의 모습도 죽은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내가 가정방문했을 때 만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말다의 어머니 마리아가 병석에 눕기 전에 나에게 한말이 있었다.

“우리 며느리가 아무것도 모르니 도와주세요.”

라며 많은 부탁을 하였는데 그가 사망한 후 부탁한대로 모두 해주었는데 단 한 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것은, 본당 천주교묘지로 가도록 해달라고 하였는데 자녀들이 어머니를 고향 선산에 안장을 하였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