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46회

엄마 코는 개 코

: 차엘리사벳

 

내가 냄새에 너무 예민하여 이종동생(이모의 아들)은 나를 개 코라고 별명지어 불렀다. 동생은 3살짜리 우리 아들을 데리고 놀면서도 장난을 잘한다.

“엄마 코는 무슨 코?”

“개 코!”

“옳지, 그래, 내 조카 참 똑똑하다.”

 

 

냄새를 맡고 무슨 냄새인지도 잘 알아맞히니까 동생이 지어준 별명이 ‘딱’ 이라고, 우리 신랑도 함께 거들곤 했다.

 

내가 연령회에 입회하기 전, 어느 겨울 날, 구역반장과 함께 환자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환자는 임종을 앞둔 위급한 환자였다. 환자의 방을 들어서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심한 악취가 풍겨 나와, 방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다.

가족이 방문을 좀 더 활짝 열어주며

“어서 들어오세요. 추운데 와주셔서 고마워요.”

 

반장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서 병자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냄새가 아니라 그야말로 악취가 났는데 어찌나 독한지 코 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 했고, 악취에 취하여 가슴이 점점 답답해지더니 나중에는 숨이 막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환자보다 내가 먼저 쓸어져 죽을 것 같아 얼른 방문을 열어놓았더니 환자가 추우면 안 된다고 하며 문을 닫는 것이었다.

 

환자방문 기도를 번개 불에 콩 볶아먹듯, 내가 빨리 하니까 반장님이 집을 나서면서 나에게 말했다.

“아이고, 나 혼자 천천히 할 수도 없고, 기도를 너무 빨리해서 따라하느라고 바빴어요.” 라고 말했다.

 

내가 연령회 활동을 하는지 금년(2020년 7월)들어 28년 되었다. 그동안 내가 선종봉사를 한 망자가 950여명인데 그중에 사고로 죽은 험한 시신도 많이 접해왔고 역한 악취가 나는 시신도 수없이 접해왔는데 냄새로 인해 힘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하느님께서 나를 연령회봉사자로 쓰시려고 선택해 주셨는가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