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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미소 48회

낙 비

: 차엘리사벳

 

장례를 치르는 날, 비가 온다고 하여 걱정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날씨가 청명하고 좋았다.

3시간이나 걸려 고인(故人)의 고향마을에 도착하자 마을입구에는 울긋불긋한 조화로 꾸민 상여가 준비되어 있었다.

상여를 매고 가던 상여꾼들은 가다가 몇 차례 상여를 내려놓고 고인의 노자 돈을 타내기 위해 상여구령을 하며 상주를 졸라대어, 서너 차례 노자를 받아내고 나서 묘지까지 올라갔다.

 

일곱 마디로 꽁꽁 묶인 고인을 관에서 꺼내어 탈관매장을 하고 예절을 마친 뒤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중식을 먹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둠침침해지더니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할 길이 없어 깔고 있던 돗자리를 머리에 얹고 서서 비를 피하려 했으나 돌풍과 함께 쏟아지는 소낙비에 신발과 바지가 몽땅 젖었다.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멎고 눈부신 해가 드러나자 삼복중인 더운 여름햇빛에 검은 옷자락이 열을 받아 뜨거워져, 살갗이 바베큐가 될 정도였다.

장의버스를 타러 내려오다가 개울가에서 구정물로 질퍽해진 신발과 바지자락을 씻으려고 물속으로 들어가 옷을 입은 채로 몸을 적시니 시원해서 좋았는데 몸의 묵은 때까지 다 일어날까봐, 흙탕물만 대충 우려내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옷 속에서 무언가 방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살펴보니 물속에 잠겼을 때 거머리가 바지 속으로 들어가 살갗에 붙어 피를 너무 많이 빨아먹어서 몸이 터질 정도로 탱탱해져있었다. 새끼손가락만큼이나 커진 거머리가 너무도 징그러워 소름이 끼쳤다.

 

가족들과 봉사자들에게는 내 몸을 혐오스럽게 생각할까봐 거머리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당시의 거머리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 오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