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49회
이 밤중에 또 나가?
글 : 차엘리사벳
故人 요안나의 고향 선산인, 해남 땅 끝 마을을 가기 위해 새벽 4시에 서울에서 발인하였다. 버스 안에서 가는 동안 운구예절을 하는데 버스의 뒷좌석에서 어수선하기에 살펴보니 유가족 한 명이 차멀미를 심하게 하여 창백한 모습이 되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항상 내가 지니고 다니는 응급처치기구(소독약, 사혈 침, 압봉 등)를 꺼내어 그의 양쪽 손을 모두 사혈해주고 나서 압봉을 붙여주었더니 정신이 드는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속도 안정이 되고 두통도 가라앉았어요.”
긴 시간이 걸려 해남에 도착하였다. 태풍이 오려는지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고인 요안나를 위한 예절을 하려는데 유가족들이 들고 있는 촛불은 꺼진 것이 다반사고 영정사진과 호야를 씌운 촛대가 바람에 쓰러져 광중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이고, 요안나 씨, 바람 때문에 촛불은 생략하겠으니 섭섭히 생각마세요!” 라고 나는 故人에게 말하면서 촛불이 꺼진 채 가까스로 예절을 마쳤다.
산에서 중식을 먹을 때도 바람결에 흙먼지와 크고 작은 나뭇잎 부스러기가 밥그릇과 국그릇에 떨어져서 밥을 먹기도 힘들었으나 허기져서 등가죽에 붙어있던 뱃가죽을 떼어놓기 위해 차려져 있는 음식은 모두 맛있게 먹었다.
지친 몸으로 밤 11시가 다되어 집으로 돌아오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씻는 것도 귀찮아 얼른 자리에 눕고만 싶었다.
“따르릉” “따르릉” 우리 집 구닥다리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렸다.
“이 밤중에 웬 전화야!”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자,
“바오로 형제님이 임종하셨어요. 바오로님 집으로 속히 오세요”
“예, 곧 갈게요.”
씻으려고 벗어놓은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신랑이 안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이 밤중에 또 나가? 이러다가 너무 힘들어 우리색시 초상 치르는 거 아냐?”
쓸어 질 것같이 지쳐있던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초상집을 향하여 어두운 밤길을 뛰다가 걷다가 하며 2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가볍게 걷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