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59회  

화장터 3편

글 : 차엘리사벳

벽제승하원에서 로만칼라를 하신 신부님의 모습이 보이기에 어느 본당인지 우리는 부러워하며 달려가서
“신부님, 안녕하세요? 어느 성당이세요?”
신부님은 우리가 묻는 말에 아무대답도 없이 돌아섰다. 우리가 의아하게 바라보니 교우 한명이
“우리 교회 목사님이십니다.” 라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는 목사님이 화장터까지 동반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였다. 그 당시 가톨릭에서는 사제 한 명이 신자 4,000명을 사목하던 시기라 화장터에서 사제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때였다.

목사님의 모습은 날로 달라졌다. 예전에는 로만 칼라만 하셨는데 가끔씩 로만칼라에 영대까지 하신 분이 눈에 띄기도 하여 달려가서 인사를 하고 보면 목사님이었다. 그 후로 우리는 진짜 신부님이 오시더라도 알 수가 없어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못 본체 지나칠 때가 많았다.

매장보다는 화장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원지동에도 추모공원이 생기고 벽제에도 화구 앞에 있던 관망 실을 이층으로 올려 유족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방을 만들고 방안에 전광판을 설치하여 고인의 화장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공공시설을 잘 해놓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