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63회  

나를 땅에 묻다

글 : 차엘리사벳

고인의 몸을 염, 습을 하면서 나는 아무리 냄새가 나고 험한 시신일지라도 정성을 다하여 수습했고, 발인하여 백리길, 천리 길을 가는 동안에도 죄 많은 나의 죽은 육신을 묻으러 가는 마음으로 떠나곤 하였다.

산에 도착하여 고인을 땅속(광중)에 묻을 때도 죄인으로써 죽은 내 육신을 땅에 묻는 마음으로
“ 엘리사벳, 예전의 너는 이제 죽었으니 새로 태어나야 돼!” 라고 하며 땅에 묻었다.

초상이 나서 장례봉사를 할 때마다 나는 수없이 죽기도 하고, 죽은 나를 수없이 매장도 하고, 화장터에서 화장도 하였다.

나는 잠자기 전에 언제나 하루의 일과를 돌이켜본다. 그 때마다 내가  항상 느낀 것은, 달라진 점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다람쥐가 채바퀴 돌리듯, 나도 다람쥐와 같았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으면 무언가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어야 할텐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라고 가슴을 치며 통회의 기도를 습관처럼 하고 있는 나를, 하느님께서 보시고 얼마나 화가 나실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거울 앞에 비쳐진 나의 모습은 자신도 몰라볼 정도로 많이 변해있었다. 머리는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은 주름지어 볼도 늘어지고 입 꼬리는 아래로 처져, 심술궂은 노인의 인상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봉사를 다니면 내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이

“아이고, 관속에 누어 있는 시신보다 더한 사람이 봉사를 하다니 안쓰럽구먼!”
라고 생각할 것 같아 나도 이제는 서서히 바톤을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