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64회 (최종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글 : 차엘리사벳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금은보화도 아니고 건강도 아니고 평화로운 미소를 짓고 죽은 시신의 모습이다.
사후(死後)에 나타나는 죽은 사람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죽기 싫어 안간힘을 쓰다가 영혼만 빠져나간 사람처럼 얼굴이 온통 일그러져 험한 꼴을 한 시신도 있고, 어떤 이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죽어 아무리 눈을 감겨도 감기지 않고 입을 다물어 주어도 다물어지지 않는 시신도 있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죽은 고인의 모습이,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평화로운 미소를 띠고 죽은 사람이다. 나는 그런 시신을 볼 때마다
‘하느님, 나도 이 사람처럼!’ 라는 기도가 절로 나오곤 했다.
사람이 죽을 때 오죽아파서 죽겠는가? 고통이 심하면 인상이 일그러지게 마련이며, 죽을 정도로 아픈 사람이 어떻게 화사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겠는가? 평화스러운 미소란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세상에 사는 동안, 내 죄에 대한 보속을 다하는 것과 평안해 보이는 행복한 미소(美笑)를 띠고 죽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죽은 나의 모습을 보고 <죽음이란 그렇게 무섭고 겁나는 것이 아니구나! 죽음이란, 영원한 곳으로 건너가는 관문에 불과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도록 해주고 싶다.
세상에 사는 동안 진정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죄(罪)라고 알려주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