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강론] 2022.0717. 연중 제16주일. 농민주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저는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에 맞춰서 약속 장소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상대방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나가서 기다리곤 하지요.

어느 추운 겨울 날, 저는 친구와 어느 장소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평소의 습관대로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정시가 되어도 그 친구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 거의 30분이 되어 가는데도 그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 나는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친구가 괘씸했고 또 그래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왜 오지 않느냐면서 무조건 화부터 냈지요.

그 친구에게 변명할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제 밤에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어. 그래서 여태껏 병원에 있었어. 미리 연락했어야 하는데, 사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약속을 잊어 버렸다. 미안하다.”

친구의 말을 듣고서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친구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추운 겨울 날 단지 몇 분을 떨면서 기다렸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화를 냈던 내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던 지요.

어떤 책에서 이러한 인디언 속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아라.’

남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서 내 입장만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지금 나의 부족한 생각을 가지고 상대방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 결과 이 세상에 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후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신 마르타와 마리아는 서로 다른 모습을 취하지요.

먼저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합니다.

그에 반해서 마리아는 예수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을 뿐이었지요.

이 모습에 마르타는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자리를 손아래 동생인 마리아가 차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화가 낫겠어요.

그래서 예수님께 청하지요.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바로 자신의 입장을 내세워 동생을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말씀하시지요.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분주하게 시중드는 마르타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마리아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이 잘못되었음을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이 마르타의 모습을 취하면서 상대방의 잘잘못을 따지려고 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신발을 먼저 신어봐야 함을 잊지 마십시오.

 

아무리 큰 공간, 설사 그것이 하늘과 땅 사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모든 것을 메울 수 있다(괴테).

 

 

시간의 가치(오리스 스웨트 마든, ‘위대한 생각의 힘’ 중에서)

 

어느 날, 필라델피아의 작은 서점에 손님이 한 명 찾아왔다. 그 손님은 구입하려는 책의 값이 너무 비싸다며 주인을 찾았다. 그러자 점원이 말했다.

 

“프랭클린 씨는 지금 인쇄실에 계시는데 아주 바쁘십니다.”

 

그러나 벌써 한 시간 동안 할 일 없이 책장을 넘기고 있던 손님은 서점 주인인 프랭클린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손님이 찾는다는 전갈에 프랭클린이 서점 뒤쪽에 있는 인쇄실에서 급히 뛰어나왔다.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 손님은 프랭클린이 나오자 한 권의 책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 책값이 얼맙니까? 가장 낮은 가격 말이오.”

 

프랭클린이 바로 대답했다.

 

“1달러 15센트면 팔겠소.”

 

“뭐요? 1달러 15센트요? 저 점원은 1달러라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제가 이 일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1달러였습니다.”

 

손님은 프랭클린이 농담한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지 마시고, 싸게 좀 주시오. 얼마요?”

 

프랭클린이 다시 정중하게 대답했다.

 

“1달러 30센트 주십시오.”

 

“뭐요? 1달러 30센트? 조금 전까지도 1달러 15센트라고 하지 않았소?”

 

“그랬지요. 그때는 1달러 15센트였지만, 지금은 1달러 30센트를 받아야겠습니다.”

 

풀이 죽은 손님은 그제야 아무 말 없이 1달러 30센트를 내고 가게를 나섰다.

 

이 손님은 배웠다. 자신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요, 다른 사람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도둑이나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