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2022.08.28 연중 제22주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색안경을 쓰고 현실을 보게 되면 이 세상은 정말로 살기 힘든 곳이 됩니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 분노 등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볼까요?
– 옆 차선의 차가 내 차선으로 들어오면 ‘내 앞길을 막아서네. 나를 방해하려고 들어오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 식당에서 서비스가 늦어지면, ‘종업원이 나를 우습게보고 있군.’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랫사람이 내게 조언을 하면 ‘내게 감히 조언을 해? 정말로 나를 화나게 만드네.’라고 생각합니다.
– 자기의 생각과 다르게 일하는 직장 동료를 보면서, ‘잘한다, 저 인간. 회사 말아먹으려고 작정했구나.’라고 비난합니다.
– 영화 매표소에 사람이 많이 늘어서 있자, ‘내가 보려는 영화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정말 미칠 노릇이네.’라고 불평합니다.
바로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지각에서 발생하는 예들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긍정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세상은 옳지 못한 곳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나의 이러한 부정적인 지각은 전염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주님께서 창조하신 이 아름다운 세상이 형편없는 세상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종의 처세술(?)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십니다.
즉, 작은 자가 되어야 하며, 보답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생활에서 식탁 예절은 우리 동양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엄격하였습니다.
그래서 지위나 신분에 따라 자리가 정해져 있었지요.
그리고 스타가 제일 나중에 등장하듯, 지위가 높은 사람 역시 맨 마지막에 도착해서 제일 윗자리에 앉았습니다.
따라서 높은 사람 앞에서 ‘내려가라’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는 ‘이리 올라오십시오.’라는 말을 듣는 편이 낫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예수님의 이 말씀은 한 가지가 더 첨가됩니다.
은근히 높은 자리를 생각하며 낮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은 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품위는 궁극적으로 잔치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높여 주시는 것이지 자기 자신이 발버둥 치며 탐욕을 부린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주님께서는 보답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친구, 형제, 친척,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말라는 말씀은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다시 나를 초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즉 보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전혀 보답할 능력이 없는 이들인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순수한 사랑의 행위이며, 이러한 순수한 사랑의 행위만이 하느님께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작은 자가 되고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간직할 때, 세상은 더욱 더 살기 좋은 세상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제1독서의 말씀처럼 주님의 총애를 가득히 받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날마다 기쁨이고 기적입니다(크리스토퍼 리브).
어려운 것을 먼저(다쿠 가와모토,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중에서)
나는 한 인디오와 함께 캐피바라를 잡으로 갔다. 캐피바라는 송아지만큼 큰데, 크기에 비해 민첩해서 사냥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 인디오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는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 아이에게는 첫 사냥이었다.
무성한 초목을 헤쳐 가며 숲 속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쯤 지나 조그만 강 근처에서 쉴 때 아이가 말했다.
“아빠, 왜 이렇게 먼 곳에 사는 캐피바라를 잡아요?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집 근처 강에도 피라니아가 많잖아요.”
아빠 인디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라니아는 장대나 망만 있으면 쉽게 잡을 수 있단다. 하지만 캐피바라는 잡기가 어렵지. 어렵기 때문에 너에게 더 가르쳐 주고 싶은 거란다.”
“캐피바라는 굉장히 크잖아요. 이렇게 작은 제가 잡을 수 있겠어요?”
“오늘 잡지 못해도 상관없단다. 아빠는 말이지, 할아버지한테서 사냥하기 어려운 동물을 잡는 법을 배웠단다. 처음 캐피바라를 사냥 갔을 때, 아빠도 못 잡을 것 같았지. 그래서 ‘왜 이렇게 멀리까지 와야 하지?’하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려운 사냥부터 배웠기 때문에 어떤 사냥이든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참 신기하지?”
유감스럽게도 그날은 목표했던 캐피바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그 인디오 부자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그날은 매우 뜻 깊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