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2022.09.18 성 김대건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장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타협을 하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어느 기준에 맞춰 타협을 하려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즉, 내 기준이 아닌 주님의 기준에 맞추어 나아갈 때에만 참 진리의 길로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우리 한국 교회 신앙의 뿌리를 제공해주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이동해서 기념합니다.
그런데 이 순교자들의 삶을 생각해보십시오.
이들은 결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주님의 기준에 철저히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주님의 기준을 철저히 따랐기에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큰 영광을 얻으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주님을 따를 때에는 주님의 기준에 철저히 맞춰야지만 가능합니다.
나만의 잘못된 기준에 맞춰서는 절대로 주님을 따를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모두가 나를 버리고 주님께로만 향하는 현대의 순교자들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사랑은 메마른 폐허에서도 희망을 품게 하고 훈훈한 향기를 퍼뜨린다(플로베르).
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손택수, ‘나무의 수하학’ 중에서)
구름 5%, 먼지 3.5%, 나무 20%, 논 10%
강 10%, 새 5%, 바람 8%, 나비 2.55%
돌 15%, 노을 1.99%, 낮잠 11%, 말 2%
(여기에 끼지 못한 당나귀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함)
(아치, 지렁이도 있음)
제게도 저작권을 묻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작가의 저작권은 물론이고 출판사에 출판권까지 낼 용기가 있다고도 합니다 시를 가지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한 어느 방송국 피디는 대놓고 사용료 흥정을 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때 제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는지 모르실 겁니다 불로 소득이라도 생긴 양 한참을 달떠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참 염치가 없습니다 사실 제 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나무와 새인데 그들에게 저는 한 번도 출연료를 지불한 적이 없습니다 마땅히 공동 저자라고 해야 할 구름과 바람과 노을의 동의를 한 번도 구한 적 없이 매번 제 이름으로 뻔뻔스럽게 책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작자 미상의 풀과 수많은 무명씨인 풀벌레들의 노래를 받아쓰면서 초청 강의도 다니고 시 낭송 같은 데도 빠지지 않고 다닙니다 오늘은 세 번째 시집 계약서를 쓰러 가는 날 악덕 기업주마냥 실컷 착취한 말들을 원고 속에 가두고 오랫동안 나를 먹여 살린 달과 강물 대신 사인을 합니다 표절에 관한 대목을 읽다 뜨끔해하면서도 초판은 몇 부나 찍을 건가요, 묻는 걸 잊지 않습니다 알량한 인세를 챙기기 위해 은행 계좌 번호를 꾸욱 꾹 눌러 적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