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강론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낮 미사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두 형제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형제님의 입에는 계속해서 불평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옆에 함께 걸어가는 다른 형제님의 십자가가 훨씬 가볍게 보였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십자가를 짊어지면서도 계속해서 웃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분명히 가벼운 십자가일 것이라 확신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결국 못 참고 주님께 따지기 시작합니다.

“주님! 왜 이렇게도 불공평하십니까? 왜 저 사람에게는 가벼운 십자가를 주시고, 제게는 이토록 무거운 십자가를 주십니까? 주님이 이렇게 사람 차별을 해도 됩니까?”

바로 그 순간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십자가는 원래가 불평불만을 할 때마다 1Kg씩 늘어난단다. 그래서 무겁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러나 굳은 믿음과 마음의 평화를 간직하면서 대하면 오히려 1Kg씩 줄어들지.”

똑같은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누구는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구는 밝게 웃으며 기쁨을 간직하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위의 말처럼 불평불만이 내 십자가의 무게를 더 키운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을 잘 보면 그렇게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고행의 길을 걸으면서 힘들게 살았지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자리를 잘 준비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습니다.

그렇다고 불평불만을 던지지도 부정적인 말로써 주님을 거부하지 않지요.

오히려 주님을 높이기 위해 자신을 더욱 더 낮추려고 했으며, 주님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삶을 사십니다.

세례자 요한 역시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십자가는 우리들이 보기에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십자가처럼 보이지만, 요한 스스로는 기쁜 마음으로 가볍게 짊어지셨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명 전체가 주님께 맞추어져 있기에, 그 자체로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내 십자가는 어떤 것 같습니까? 내 십자가의 무게와 크기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십자가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의 능력보다 우리를 더 잘 보여 주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조앤 롤링).

 

 -2023년 0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