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말씀

사제의 첫마음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에 나가 언제까지나 썩지 않을 열매를 맺어라.”(요한 15, 16) – 옛날 버전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 16) – 성경 버전

 

* 의미는 옛날 버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서품을 받을 때 서품 성구와 서품 상본을 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희 동기들 중에서 제 서품 성구는 제일 길고 제 서품 상본은 제일 작았습니다.

제 서품 상본은 어린 예수님이 들판에서 어린 양과 함께 있는 어린이에게 십계판을 들고 가르치는 장면입니다.

저는 그 장면이 굉장히 사랑스럽고 따뜻해서 그 상본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제가 신부가 되겠다고 마음 먹게 된 이유가 깡통에 담겨진 천원짜리 알사탕 때문입니다.

장래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서 파퓨아 뉴기니로 가서 선교하시는 신부님들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한 신부님이 한국에 휴가를 갔다왔다고 원주민 신자들을 만나는 데 한국에서 선물로 깡통에 든 천원짜리 알사탕을 나누어 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신부가 되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신학교를 들어가려고 공부했었는데 이과를 공부하던 저에게는 문과로 이전해서 공부해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시험을 떨어졌습니다.

다시 재수를 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미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복음이 바로 제 서품 성구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재수를 하게 되었고 신학교를 들어갔습니다.

서품 성구처럼 주님이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사제의 길이기에 새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17년동안 사제 생활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세상에서 썩지 않을 열매를 맺는 사제가 되도록 노력해함을 서품 성구를 보며 깨닫게 됩니다.

 

이 글은 제가 출판사 있을 때 사제들의 첫 마음이라는 책을 낼 때 쓴 것입니다.

마침 오늘이 제가 사제 서품을 받은 날이고 그로 5년 지나 사제 생활도 22년이 되었네요.

이 글을 다시 읽어 보며 다시 첫 마음을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