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2]
시신이 서서 나가시네!
초상이 발생하면 우리는 하던 일도 밀어놓고 즉시 달려가는데, 어느 때는 너무 급하게 서둘러 나가다 보면 옷도 뒤집어 입거나 돌라입거나 양말을 뒤집어 신고 뛰어갈 적이 있는데 그래도 그건 양호한 편이다. 어느 때는 양말이나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갔을 때는 정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초상집에서 웃으면 안되므로 우리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는데 참으면 참을수록 웃음은 더욱 터져 나와, 밖으로 나가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사람이 죽으면 몸 안에 있던 모든 병균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솜으로 코와 귀를 막아주고 수시를 마친 후 시상판에 올려놓고 사후, 24시간이 지나면 입관을 한다. 24시간 후 입관을 하는 까닭은, 고인이 질식했다가 살아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24시간 후에 해야 한다고 배웠다.
입관을 하기 전에 겨자가루를 물에 개어 관 안쪽의 이음새를 발라주는데 이유는 고인의 몸에서 분비물이 나올 경우, 새어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날씨가 엄청 더운 삼복중에 장례를 치르는데 초상집이 3층이었다. 올라가는 계단이 어찌나 좁고 가파른지 난간의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레 오르내리지 않으면 낙상하기 쉽다. 발인하는 날 운구할 사람이 없어 우리 임원들이 운구를 하게 되었다. 연령회 회장(장 요셉)이 앞에서 관을 잡고 내려가는데 계단이 가파롭고 좁아서 관을 세우지 않으면 내려갈 수가 없었다. 수평으로 운구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관을 세우게 되자 나는 관을 바라보며,
‘아이구, 우리 베드로씨는 산 사람처럼 서서 나가시네!’ 라고 말하며 회장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 내려갔다. 회장의 등에서 땀인지 물인지 줄줄 흘러내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땀이 아니라 관에서 분비물이 흘러나와 회장의 양복이 흠뻑 젖었다고 회장이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그날 집에 돌아올 때까지 회장은 시신에서 흘러나온 분비물로 젖은 옷을 입고 다녔는데도 회장과 우리는 그리 역겨운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 더우니까 땀 냄새가 심하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