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3]

파리야 그건 내밥이야

 

전라도나 경상도에서는 묘를 밭에다 많이 쓴다. 무던히 더운 여름,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뙤약볕 아래서 하관을 하기 위해 우리는 인부들이 땀에 젖어 땅(광중)을 파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했다. 바람 한 점 없이,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땅에는 날계란을 깨서 놓으면 에그후라이가 될 정도로 뜨겁고 습한 열기가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솟아올랐다.

 

우리는 뙤약볕에서 하관 예절을 모두 마치고 내려오니 상가에서는 점심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을 때는 좀 시원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려와 보니 그늘도 없는, 갈아놓은 텃밭에 넓은 비닐을 두 줄로 길게 깔고 그 위에 음식을 차려놓았는데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음식을 담은 그릇들이 ‘기우뚱’ ‘갸우뚱’ 쓰러질 듯이 놓여있었고 할머니 한 분이 부채를 들고 음식 위에 앉은 파리를 열심히 쫓고 있었다.

 

 

그늘막도 없는 햇볕 아래서 우리는 점심을 먹어야 했다. 그 근처에 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어서인지 거름 냄새가 바람결을 타고 와 코를 자극하였고 또한 파리가 어찌나 많은지 반찬과 흰 쌀밥 위에는 파리가 새까맣게 앉아 흰 밥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쫓고 쫓아도 이놈의 파리들이 겁도 없는지 잘 날아가지도 않았고 손을 좀 더 가까이 대고 쫓다 보면 파리가 밥에 붙어버려 손으로 떼어내어야 했다.

 

“파리야, 제발 좀 비켜라, 이건 내 밥이야!”

우리 임원 한 명은 파리와 전쟁을 하다가

 

“옳지, 물에 말아 먹으면 파리가 안 붙겠지!”

하며 밥그릇에 물을 부어 말았으나 웬걸, 이놈의 파리가 장님인지, 아니면 수영을 좋아해서인지 물에도 겁 없이 뛰어드는 것이었다.

집에서 파리가 그 정도로 밥에 앉은 것을 보면 그 밥은 먹지도 않았을 텐데 우리들은 전쟁을 하듯 파리를 쫓아내면서 그 밥을 다 먹었다.

 

지금도 파리와 전쟁을 하던 그 당시의 일을 돌이켜보면 더럽다기보다는 한때의 추억으로 남아 혼자 미소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