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4]

 묘 이장 작업 1편

 

무더운 삼복더위에, 경기도 시립공원묘지에서 폭우로 인해 수십 기의 묘지가 무너져서 파묻혔던 관이 드러나고 어느 묘는 관이 떠내려가 아예 시신도 찾지 못한 유가족들이 많았다. 이때, 가까스로 시신을 찾은 유가족의 부탁으로 묘 이장을 맡게 되었다.

 

우리는 예절에 필요한 상장예식기도서와 성물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서 현장에 가보니 상상조차도 못했던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시로 창고 안 바닥에 눕혀있던, 진흙투성이의 시신을 밖으로 들고나와 땅바닥에 눕혀놓았다. 베옷(수의) 속의 시신은 반은 썩어 홀쭉했고 부패한 냄새가 너무도 역해 코를 찌를 정도며 들판을 온통 악취로 가득 채울 정도였다. 드러난 얼굴도 해골만 있을 뿐, 살가죽은 하나도 없었으며 삼복더위에 이미 파리가 쉬를 쓰러 푹 꺼진 눈 속과 코 속에서 구더기가 꿈틀꿈틀 기어 나왔다.

 

무덤에서 나온 시신 목욕시켜주기

 

우리가 할 일이란 부패 되어 훼손된 진흙투성이의 시신을 깨끗이 닦아 시상 판에 얹어 흰 소창으로 감아서 새 관에 입관하여 매장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었다. 성물 가방 이외엔 아무 준비도 없이 왔는데 들판의 맨땅에 눕혀놓은, 붉은 진흙투성이의 시신을, 아무 기구도 없이 맨손으로 어떻게 닦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우리는 곰곰이 생각하던 중, 묘지관리실에 가서 양동이 하나를 빌려다가 100미터쯤 떨어져 있는 펌프에서 물을 뽑아 가지고 와서 시신을 닦기로 했다. 그런데 시신을 닦을 기구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풀밭에 길게 자란 쑥대를 꺾어다가 물을 끼얹으면서 시신의 수의(壽衣)에 붙은 진흙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임원 한 사람이 펌프에 가서 물을 뽑아와 시신 위에 부어주면 몇 명은 쪼그리고 앉아 쑥대로 시신의 수의에 묻은 진흙을 열심히 긁어냈다. 그런데 쑥대가 너무 힘이 없어 찰떡같이 붙어있는 진흙은 그대로 있고 물을 부을 때마다 수의 안에 부패 된 시신의 육체만 조금씩 꺼져 내려갔다.

 

양동이의 물을 천천히, 살살 부어주었으면 좋으련만 성급하게, 별안간 확 끼얹을 때마다 사방으로 물이 튀어 우리의 옷자락과 발이 온통 흠뻑 젖곤 하였다.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아 있으려니까 자세가 불편하여 발도 저리고 다리도 아프며 질퍽하게 젖은 신발과 발이 매우 찝찝했다. 그리고 더 찝찝했던 것은 시신을 닦는 쑥대가 흔드적거릴 때마다 물이 얼굴과 입안으로 튀었는데 나는 입안에 튄 오물을 얼른 뱉지를 못했다.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유가족들이 서서 지켜보고 있는데, 침을 뱉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면 오해를 하겠기에 오물을 뱉지 못하고 있으려니까 입안에 침이 점점 많이 고여 저절로 목 안으로 넘어갔다.

 

그날 시신을 닦기 위해 쓰인 물이 양동이로 50~60통쯤 될 것 같다. 그럭저럭 시신을 수습하여 시상 판에 옮겨 깨끗한 소창으로 감아 관에 입관하여 광중에 하관을 해주고 나서 장 요셉 회장님의 봉고차를 타고 돌아올 때는 차 안에서 우리 임원들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에 밴 악취가 가시지 않아 냄새가 물씬 물씬 풍겼다.